기업 송년회가 달라지고 있다
'흥청망청' 대신 "봉사와 문화"…삼성에버랜드·대한항공등 "이웃과 함께"아시아나 조촐한 파티·STX는 뮤지컬 관람…부서별 콘테스트·가족 음악회등 행사들도
이진우 기자 rain@sed.co.kr
삼성에버랜드에 근무하는 나서희(27) 대리는 며칠 전 동료 직원들과 함께 시골의 한 작은 분교를 찾아 어린이들에게 PC와 학용품을 전달하고 가슴 뿌듯했던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없다. 이 회사는 한해를 의미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요즘 3,500여명의 임직원들이 나서 미니 분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랑의 물품기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나 대리는 “예전과 달리 이웃과 함께 따듯한 연말을 보내니 훨씬 기분이 좋다”면서 “훈훈한 기업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2006 병술년’을 마무리하는 요즘, 기업들의 연말 송년회 풍속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 흥청망청 보냈던 송년회가 점차 사라지는 대신 불우한 이웃과 자리를 함께하거나 음악ㆍ공연 등을 즐기는 ‘사회 봉사’와 ‘문화’가 새 키워드로 자리잡는 양상이다. 여기에다 올해 기업들의 실적이 예년만 못한 것도 직장인들에게 ‘조용한 연말’을 보내게 하고 있다.
◇이웃과 따스한 연말을=대한항공 객실승무원 자원봉사 모임인 ‘다솜나눔회’는 16일 오후 일산 홀트복지회에서 특별 바자회 및 송년 위문공연 등 따뜻한 이웃사랑이 담긴 송년회를 갖는다. 이날 행사는 특히 다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미연고 여성청소년 보호시설인 화곡동 젬마의 집 원생들의 특별공연이 예정돼 있어 더욱 뜻이 깊다.
삼성토탈 대산공장 운영팀 소속 임직원들은 올해 공장 인근 독거노인들에게 사랑의 빵을 직접 만들어 전달하는 것으로 송년회를 대신하기로 했다. 이들은 노인복지시설인 ‘샬롬의 집’을 찾아 시설을 정비하고 할머니들의 목욕을 도와주면서 송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경제가 어려운 만큼 불우이웃과 아픔을 같이함으로써 사회를 밝게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기부문화 정착과 함께 기업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만들어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의 향기를 나눈다=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올해 송년 모임은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참석해 덕담과 격려사를 하고 직원들이 장기를 뽐내는 파티 형태로 진행된다. 송년 모임에서 모인 돈은 따로 모았다가 봉사활동단체에 기부한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관계자는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송년회가 사라지고 문화 송년회가 자리잡고 있다”며 “건강을 챙기고 팀원간 화합의 분위기도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STX그룹은 15일 경남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경남의 계열사 임직원과 가족 6,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STX와 함께하는 행복한 콘서트’라는 송년 문화행사를 가졌다. 16일에는 서울ㆍ경인지역 계열사 임직원 3,500여명이 예술의전당에서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을 단체로 관람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연말연시에 아예 폭탄주 안 돌리기, 2차 안 가기 등 5대 금지 음주항목을 내걸고 직원들에게 감성 송년회를 권장하고 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도 연말까지 ‘부서별 송년문화 콘테스트’를 실시, 특색 있고 유익한 이색 송년회를 시상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오는 20일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임직원 및 가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송년 음악회를 갖는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연말이면 괜히 기분이 들떠 몸과 마음도 피곤해지기 쉬웠다”면서 “이제는 사회봉사와 문화ㆍ레저가 함께 어우러지는 송년회로 확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입력시간 : 2006/12/15 16: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