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의 간부가 이석행 위원장 도피생활 중 은신처를 제공한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하려 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석행 체제 출범 이후 한ㆍ미 자유무역협정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총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파 간 갈등이 겪은 민노총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부위원장들이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지도부 내 불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5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산하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간부 K씨가 지난해 12월6일 소속 여성 조합원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한 결과 제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최근 해당 간부에 대해 보직해임 조치를 내렸다.
피해자는 당시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던 이 위원장에게 자신의 아파트를 은신처로 제공해 준 민노총 산하 전국교직원노조 소속 조합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위원장은 사전 발생 전날인 12월5일 경찰에 검거됐다.
민노총 관계자는 “일벌백계 차원에서 해당 간부를 직위에서 해임하는 것과 동시에 해당 사업장 노조에도 제명을 권고했다”면서 “제명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민노총 차원에서 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노총은 이날 오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민노총 내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허영구 부위원장과 김은주 여성부위원장 등 지도부 4~5명은 “민주노조 운동의 기풍을 바로잡고 민노총의 훼손된 조직력과 투쟁력을 복원시키기 위해 기울여온 리모델링 노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개별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이날 중집회의가 끝난 뒤 자체 회의를 갖고 사퇴 형식과 내용을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