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6월27일] 88올림픽고속도로 개통

박민수 <편집위원>

길은 인간이 이룩해놓은 많은 문명 가운데 하나다. 길은 인간의 생활환경을 바꾸었고 역사발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길은 단순히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물리적 수단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역할도 한다. 유독 갈등과 반목이 심한 것으로 착각하고 살아온 영남과 호남을 잇는 88올림픽고속도로가 1984년 6월27일 개통됐다. 착공 33개월 만에 준공식을 가진 88올림픽고속도로는 대구와 광주를 잇는 175.3㎞의 2차선 도로. 기존 국도보다 20㎞가 단축돼 주행시간도 종전 5시간대에서 2시간30분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총 공사비는 2,049억6,900만원으로 ㎞당 10억5,712만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특이한 점은 전구간이 국내 최초로 100% 콘크리트로 포장됐다는 것. 콘크리트 포장은 아스팔트에 비해 수명이 긴 것이 장점으로 부각됐다. 아스팔트는 5~10년 후 덧씌우기 공사를 해야 하지만 콘크리트 포장은 30년 이상 끄덕 없다는 게 자랑이었다. 그러나 수시로 보수공사를 해온걸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주행시 소음이 심하고 승차감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소백산맥에 가로막혀 있던 영호남 지역간의 인적ㆍ물적 교류와 소통이 원활해졌다는 점이다. 이 도로가 착공되던 81년 10월은 마침 88서울올림픽 유치가 결정돼 88올림픽고속도로로 명명됐다. 또 88은 같은 모양으로 영호남이 똑같이 발전한다는 의미와 8은 옆으로 누이면 무한대를 상징, 영호남의 영원한 결속을 다진다는 뜻도 담았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길은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이 놓였는데도 지역간 갈등은 말할 것도 없고 온 나라가 더 갈기갈기 찢어지는 느낌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