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내 경기를 이끌어가야 할 양대 축인 재무성과 일본은행의 선장들이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일본 경제의 총사령관격인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재무성 장관과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가 연거푸 자신의 발언을 번복, 시장의 불안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일본의 재정이 파국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충격 발언을 던졌던 미야자와 장관은 하루만에 자신은 재정 개혁의 어려움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 뿐이라며 "용어 선택이 부적절했던 점을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하야미 총재도 한 강연회장에서 "디플레 대책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가 외환시장에서 엔저가 가속화하는 등 파란이 일자 "강한 엔화가 일본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허둥지둥 사태 수습을 나섰다.
일본 경제의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경제계의 두 노장(老將)이 자신의 말 한마디도 수습하지 못해 경제 불안과 일본에 대한 투자가들의 신뢰를 깎아 내리고 있는 셈이다.
하루가 멀다하는 이들의 잇단 말바꾸기에 시장 관계자들은 "혼란스럽다"며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 부양에 실패하고 있는 일본의 경제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경. 일본 경제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이들의 실언은 곧 일본경제 자체에 대한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노장은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