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비준을 놓고 여야간 극한대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대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시장은 “중앙정부가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을 책임지는 서울시와 협의 한 번 없이 한미FTA를 일방적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정부에 전달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미국기업에 소송을 당해 패소하면 서울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등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 한미FTA가 발효되면 자동차세 세율구간 축소와 세율인하로 인해 세수감소가 예상되며, 미국계 유통업체의 무차별 한국시장 진출로 중소 자영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구체적 분석이나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치지 않는 것으로써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해외투자가 많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ISD는 독소조항이 아니라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자동차 세수감소 주장도 정부가 이미 전액 보전한다는 내용의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키로 결정한 사항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유통시장 개방 역시 한미FTA와 관련 없이 지난 1995년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완전 개방된 상태이기 때문에 근거없는 주장이다.
더구나 지방자차단체장이 정부의 고유권한에 속하는 대외통상과 관련된 주요정책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놓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한미FTA에 찬성하는 서울시민이 60%를 넘어 반대하는 경우보다 2배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미FTA반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낸 것은 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치 제스처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의견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감한 시기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사안에 대해 정책에 지자체장이 반대입장을 밝혀 발목을 잡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지자체장의 영역을 벗어나는 정치적 행동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국회는 이 같은 돌출이 더 나오기전에 한미 FTA비준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