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국보법 모순 풍자한 블랙 코미디

'매일 자수하는 남자' 27일 개막



퍼머머리의 동그란 얼굴에 선글라스, 그리고 국방색 점퍼차림을 한 남자. 김정일이 나이트클럽에 나타났다. 늙은 웨이터 박봉남(장우진 분)은 찾는 사람이 없어 퇴출 위기에 몰리자 고민 끝에 지금까지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는 예명을 ‘김정일’로 바꾸고 변신에 성공, 하루 아침에 일등 웨이터의 자리에 오른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위기에 처한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을 쓰고, 홍보 포스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제 7조에 의거, 찬양ㆍ고무 및 불법 제작물 유포 등의 위반 혐으로 구속된다. 2년여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날, 박봉남은 자신을 구속시켰던 형사들이 북측 인사들을 경호하는 장면을 TV에서 보고 이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 우여곡절 끝에 여론화도 시킨다. 결국 박봉남은 자신을 판결했던 판사까지 국보법 위반으로 법정 구속시켜 피고석에 세운다. 모든 일은 해결됐지만 그는 직장에서 자신을 지켜주었던 예명 ‘웨이터 김정일’을 버릴 수가 없어 매일 퇴근길에 공안 당국에 들러 자신의 위법사실을 자수한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인 국가보안법을 주제로 한 연극 ‘매일 자수하는 남자’가 오는 27일부터 막을 올린다. 작품은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이나 병폐에 집중한 것이 아니라 희화와 풍자의 요소를 십분 살려 법의 모순된 점을 코믹하게 건드린다. 극은 ‘국가 보안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역설적으로 국가보안법의 문제점을 단순하고 만화적인 발상으로 풍자하고 있다. 주제가 무거운 만큼 형식은 블랙 코미디를 빌었다. 극단 세실측은 우리의 아픈 현대사 중 한 부분을 신랄한 풍자와 번득이는 기지로 무대에 올렸으며 관객들은 즐겁게 연극을 보고 객석을 일어서면서 그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도록 하기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작품은 문화예술진흥원의 창작공연활성화 지원작품으로 신인작가 성금호의 원작을 수정ㆍ보완했다. 연출은 ‘난장이가 쌓아올린 작은 공’ ‘무진기행’ 등 창작극을 연출 해 온 채윤일씨가 맡았다.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대극장. 7월 27일~31일. (02)780-6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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