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준대형급 이상 차량의 판매 감소가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수입차의 파상 공세에 국산차 고객이 외국 브랜드의 모델로 눈길을 돌리면서 수입차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 대당 마진이 높은 차들의 판매량이 줄면서 국산차들은 수익성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 제네시스(쿠페 포함)는 올해 4월까지 판매량이 4,60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70대에 비해 31%나 감소했다. 지난 2009년 연간 3만8,223대가 판매됐던 제네시스는 이후 ▲2010년 2만6,681대 ▲2011년 2만4,656대 ▲2012년 1만9338대로 판매량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현대차 에쿠스 역시 제네시스와 같은 판매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1만6,27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매년 판매대수가 줄어 지난해에는 1만대에도 못 미치는 9,317대를 파는데 그쳤다.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 K9도 맥을 못 추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출시 당시 월 판매 목표를 2,000대로 설정했으나 8개월 동안 절반에도 못 미치는 7,599대를 파는데 그쳤고, 올해는 판매량이 더 줄어 4개월 동안 고작 2,050대가 팔렸을 뿐이다.
현대차에서는 그랜저가 그나마 선전하고 있고, 기아차의 K7도 지난해 말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 출시된 후 반응이 좋지만 예전만큼의 인기는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에서 나오는 가장 럭셔리한 모델인 알페온과 SM7도 마찬가지다. 알페온은 2011년 1만대 넘게 팔렸으나 지난해 7,008대로 줄었고, 올해는 판매량이 더 감소하는 추세다. SM7은 지난해 판매대수(5,038대)가 전년도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국산차의 준대형차 이상 차급에서 판매량 감소는 수입차의 성장과 정확하게 반대 흐름을 보인다. 수입차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중심에는 국산 준대형차 고객의 이탈이 두드러진다.
국산차 고객의 수입차로의 이동은 무엇보다 가격 차이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다. 수입 중형차의 가격은 갈수록 낮아져 이제는 국산 준대형차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어진 수준이다. 제네시스 상위 모델 구입 가격이면 BMW 5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가격 차가 거의 없다. 일본 브랜드의 렉서스는 ES 모델에 4,000만원대 모델까지 추가해 국산차 고객을 흡수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에 연료 효율이 높은 디젤 세단을 갖춘 것도 수입차로의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아직까지 국산 준대형차에서는 디젤 엔진을 장착한 모델이 없다.
국내 업체들은 준대형차의 판매량 감소에 고심하고 있다. 대당 판매마진이 높은 차량의 판매가 줄어들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국산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형차 2~3대를 파는 것보다 대형차 1대를 파는 것이 회사에는 유리하지만 갈수록 수입차 공세가 심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제네시스에 다이내믹 에디션을 추가하는 등 고객들의 수요에 맞는 차량을 개발하고 있고, 수입차와의 비교 시승을 통해 우수한 제품성을 알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