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는 정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을 다녀온 직후 기자의 가슴은 턱 막혔다. 사실 평양을 처음 맛본 사람들이 느끼는 북한 사람들의 곤궁한 살림살이에 대한 연민이나 김정일 체제에 대한 불안이야 4년 전 방문 경험이 있는 기자에게는 별 감흥을 주는 부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가슴팍을 조인 건 왜일까. 그건 바로 정상선언으로 파생된 현실적 고민, 바로 ‘돈 문제’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은 선언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경협의 재원 문제를 쟁점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그래도 ‘기자 짬밥’을 십수년 먹은 터에 이걸 갖고 답답함을 얘기할 리는 만무하다. 이도 아니라면…. 그건 바로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이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발언들 때문이었다. 약속이라도 한 것일까. 재원 논란이 터져 나오자 고위 관료들은 ‘재정 범위 내’라는 말을 판박이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발언들이 민간자본과 국제기구의 돈을 끌어들이면 된다는 것이다. 급기야는 이헌재 전 부총리 시절 경기부양책으로 꺼냈던 민자사업(BTL) 방식까지 거론하고 나섰다(관료들은 어려운 단어를 내놓으면 국민이 모를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두 차례 평양 방문 경험과 적지않은 시간 경제 기자 생활을 통해 감각적으로 느끼는 산술적 경험으로 본다면 정부의 이런 모습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처사’요, ‘눈 가리고 아웅’이다. 굳이 산업은행이 경협 비용으로 60조원을 계산하고 민간 연구소들이 수십조원의 자금을 추산한 점을 거론 않더라도 재정의 유일한 통로인 남북협력기금만으로 대북 소요 자금을 충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가 자신하는 국제자본의 유입도 북한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요원한 것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신종 무기’로 내세운 BTL도 그 시스템상 수익률 보전을 위해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혹여 “어차피 사업 시행은 다음 정부 몫인데”라며 “재정으로 가능하다”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운다면 이건 정말 혹세무민이다. 정치인들이야 선거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전문 관료들은 그래선 안 된다. ‘특정정권’은 유한해도 경제관료는 무한하지 않은가.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