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중 FTA 타결 이후] "원산지규정 세부기준도 중요… 놓친 부분 찾아내 다듬어야"

대중국 통상 전문가 긴급 좌담

車 등 자국산업 보호에 치중… FTA 의미 제대로 못살리고 조용히 진행해 흥행도 실패

中시장 선점은 의미 있지만 다른FTA보다 내용은 부족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

이봉걸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정인교 인하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봉걸(왼쪽부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실장,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가 11일 서울경제신문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김동호기자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10일 타결되면서 여러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수십억 인구, 수천억달러의 경제대국이 우리 경제권역에 들어왔다는 호평부터 개방도가 너무 낮은 협상이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방대한 내용의 한중 FTA를 어떻게 봐야 할까. 서울경제신문은 11일 대중국 통상 전문가들과 긴급 좌담회를 열어 이번 협상을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들어봤다. 좌담회에는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통상실장, 이봉걸(KITA)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우리가 중국 시장을 선점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핵심 분야가 빠져 여타 FTA에 비해서는 뒷걸음질쳤다고 총평했다. 우리는 자동차 등 제조업, 중국은 농산물 등 자국산업 보호에 너무 치중해 FTA의 의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상품 양허 못지않게 원산지규정도 중요한데 우리가 손해임에도 협상 시간상 찾아내지 못해 놓친 품목의 원산지 규정은 샅샅이 찾아내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회=한중 FTA가 한미 FTA는 물론 한·EU FTA에 비해 개방 수준이 낮다. 어찌 됐건 타결은 됐는데 평가를 하자면.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30개월 협상을 했다고 하지만 27개월은 답보를 보이다가 최근 3개월간 급진전이 있었다. 농업에서 상당 부분이 제외됐고 제조업도 그에 상응해서 빠지게 됐다. 상품 분야 협상이 어려운 듯했지만 너무 많이 빠져 관심이 떨어진 측면이 있었다. 종합적으로 이야기하면 정부는 중국과 다른 형태의 협상을 더 하더라도 별로 건질 것이 없다고 생각해 경제적 효과보다는 기회 있을 때 타결하자고 마음먹은 것으로 본다.

△서진교 KIEP 무역통상실장=정부가 지금 당장보다는 긴 호흡으로 중국을 바라본 것 같다. 우리는 중국 시장 선점의 의미도 있다. 상호 민감한 부분은 인정하는 틀 안에서 서로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혜택을 추구하는 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봉걸 KITA 연구위원=중국이라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한발 앞서 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회=한중 FTA 협상이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는데 양측이 자동차·농산물 등 이른바 '에이스'를 빼놓고 경기했고 결국 0대0의 싱거운 결과였다는 느낌도 있다.

△서 실장=1단계 협상 틀부터 문제가 있었다. 1차 협상 이후 한중 FTA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규정 지어졌다. 2단계 협상은 그동안 1단계 틀을 벗어나 더 얻어내려고 했는데 우리가 제조업 분야를 얻고자 하면 중국은 농업 부문을 개방하라고 압박해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결국 정부도 협상을 계속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 정도 선에서 타결한 것으로 평가한다.

△정 교수=흥행에 실패를 했다. 통상 협상은 각계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또 이슈도 만들고 해야 하는데 한중 FTA라는 거대 협정에 비해 너무 조용하게 진행됐다. 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해서였겠지만 중간에 협상 결과를 제대로 브리핑한 적도 없다. 한미 FTA나 한·EU FTA에 비해 그런 부분에서 훨씬 부족했다.

-사회=10일 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가장 핵심인 상품 분야는 거의 빠져 있다. 시간도 부족하고 자료가 방대해서겠지만 FTA인데도 핵심을 빼놓고 브리핑을 했다는 느낌이 있다.

△정 교수=개발도상국가와의 FTA는 상품이 핵심인데 그 부분에서 기대를 져버린 것 아닌가 싶다. 통상전담부에서 발표하는데 농업방어를 잘했다는 것에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었을 테고.

△서 실장=1단계 협상에서 민감한 것 10%·15% 빼기로 합의한 후 사실상 김이 빠졌다. 상품에서 핵심이 빠질 것으로 봤는데 실제로 그랬다. 이후 협상에서 더 올려보려고 했지만 안 됐다. 협상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사회=분야별로 한 번 보자. 상품에서는 자동차가 빠진 게 가장 눈에 띈다. 그간 FTA는 좀 과장을 하자면 자동차를 위한 협상이기도 했는데.

△이 연구위원=국내 자동차 기업이 너무 겁을 먹은 것 같다. 중국에 있는 외국 자동차 기업들은 당장 수출할 마음이 없다. 내수조달에 더 신경을 쓰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 역시 현지화가 많이 돼 있어서 그런지 국내 생산 차량을 중국으로 수출할 생각이 없는 듯싶다. 개방을 해도 장기적으로 나쁘지 않은 구도였는데….

△서 실장=양국이 필요에 의해 그렇겠지만 자동차가 빠진 것을 두고 일부 비판적 시각도 있다. FTA를 추구하면서 너무 특종 업종을 보호하는 데 치중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자동차 기업을 너무 봐줬다는 지적도 있다. 2004년 한중 FTA 이슈가 나왔을 때만 해도 국내 자동차 업계가 공격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바뀌었다. 크게 봐서 열 것은 열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도 아쉽다.

△정 교수=FTA 전략의 지속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갑자기 반대로 접근하는 느낌이 있다. 마치 축구경기를 하다가 공격은 하지 않고 전원 자기 골대 앞에서만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회=서비스 분야는 단계적으로 개방하기로 했는데 중국 시장에 기대만큼 활발한 진출이 가능할까.

△서 실장=중국도 자체적으로 서비스업을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상하이시범특구가 그 예다. 이번 협상에서 서비스 분야는 2년 내에 추가로 협상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혜택이 될 것으로 본다.


△정 교수=FTA를 통해 우리 서비스업이 해외로 진출한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남의 나라 서비스업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정서적으로도 비교적 우리와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서비스 진출을 위해서는 투명성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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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위원=서비스업은 기본적으로 진출하고 싶어도 여러 제약이 있다. 들어가도 안정적이지 않은데 이번 FTA를 통해 우리 기업이 안정성 있게 진출할 길은 생겼다. 디자인·정보기술(IT) 분야 등은 경쟁력이 있다.

△서 실장=업종별로는 디자인, 한류를 이용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여행, 의료나 성형사업 등이 유망하다고 본다. 문을 연 만큼 과거처럼 중국도 무턱대고 규제하거나 그러지는 못하지 않겠냐.

-사회=원산지규정이 막판까지 쟁점이 됐는데.

△서 실장=관세 양허안을 교환한 뒤 각 상품에 표기돼 있는 원산지규정이 매우 높았다 한다. 충족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일일이 찾아내 다시 협상하고 바꾸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협상 타결은 지었지만 찾아내지 못한 미세한 것들은 조문화 작업 과정에서 고칠 것으로 본다.

△정 교수=관세양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원산지규정이다. 업계와 긴밀하게 협의해 정해야 하는데 칠레와 FTA 하던 시절도 아니고 미국이나 EU, 캐나다, 호주 등과 협정도 했는데 너무 공감대 없이 진행됐다. 원산지규정이 어떻게 됐는지는 두고두고 골치를 썩일 수도 있다.

-사회=지식재산권이나 비관세장벽 등 비상품 분야에서도 성과는 있었을텐데.

△이 연구위원=중국에서의 지적재산권은 보호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보호해도 지방정부까지 단속이 미치지 않는다. 업계에서도 소송을 걸어봤자 실익이 없으니까 포기한 상태다. 그래도 저작권 50년 보호 등의 명시조항이 들어가 있으니 의미는 있지 않겠나.

△서 실장=투명성이 강화된 부분들이 있는데 한 문안들이 좀 있는데 이는 성과라고 본다.

△이 연구위원=중재기관이 중국의 성급까지 내려갔다. 중앙정부에만 있다가 성까지 내려갔다는 것은 성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대우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회=이번 협상에서 우려되는 것은 무엇인가.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많다.

△이 연구위원=일각에서 지금 판단에 따라 시장개방 약속을 받아냈는데 중국이 워낙 빨리 발전하다 보니 10년 후에는 우리가 관련 품목을 선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 실장=중국 변화속도가 빠르게 때문에 지금 판단과 10년 후 판단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공세적인 시장개방이 역으로 우리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 그런 논리가 협상 과정에 있었다. 그 부분을 어느 누구도 자신을 못해서 공세적으로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정 교수=통상협상이라는 게 각계의 이해관계가 다 반영돼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한미, 한·EU FTA 때 보면 이슈를 발표하고 국민·기업들이 이를 인식하고 논의해나가는 과정이 있었다. 한미 못지않은 이슈가 있는 게 한중 FTA인데 이슈가 없었다.

-사회=한중 FTA 협상을 스코어로 본다면 어느 쪽에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가.

△이 연구위원=우리에게 유리한 게 있다. 철강 등이 대표적인데 중국이 철강 등을 개방하고 우리에게 요구한 것 없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다. 우리가 공격을 더 많이 했다고 평가한다.

△서 실장=상품 시장 개방 쪽은 우리가 중국에 비해 나은 것이라고 본다. 중국은 정치적인 이유가 더 컸다. 중국의 동북아 리더십을 보여주고 TPP를 견제한다는 데서 이득을 누렸다. 결제적으로 보면 근소하게나마 우리가 앞섰다. 피해를 최소화했고 나름대로 얻으려고 노력했다.

△정 교수=당초 생각했던 한중 관계에 걸맞은 협정을 도출하는 데는 실패했다. 우리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뚫거나 크게 이득을 올릴 수 있는 길은 막혔다. 하지만 중국이 무심코 열어놨을 시장에 우리가 간다면 새로운 시장 개척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똑같은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본다. 한중 FTA를 개방도에 따라 5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는데 이번 안은 제일 낮은 수준의 개방으로 경제적 이득도 최대치의 3분의1로 떨어졌다. 그래도 이득은 된다. 중국도 이득은 얻었다.

사회=이철균 경제부 차장 fusioncj@sed.co.kr

사진=강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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