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마지막 곰

[데스크 칼럼] 마지막 곰 채수종 sjchae@sed.co.kr '마지막 곰'이 쓰러졌다. 국내 증시의 마지막 곰(비관론자)으로 불리던 H증권 K리서치센터장(부사장)이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K센터장은 연초부터 '2ㆍ4분기 조정론'을 강조해왔으나 코스피 지수가 파죽지세로 1,600선을 넘어서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예측을 믿고 주식을 처분했던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더 이상 '조정론'을 고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전망이 잘못됐다고 시인하고 6월에 금융주와 내수주를 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내년에 2,000선, 2009년에 3,0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제 국내 증시에 곰은 모두 사라지고 황소(낙관론자)만 남았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증시 목표지수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곰이 사라질 때 시장은 곰을 찾게 된다'는 증시격언이 있다. 증권가에서 그동안 김 센터장이 언제까지 조정론을 유지할지에 관심을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격언대로 곧 '조정다운 조정'이 올까. 아직까지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전문가들이 많다. 우리 증시는 전에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오르고 있고 증시 주변상황도 예전의 잣대로는 해석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증시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 조정이 필요한데다 중국 증시는 급등락을 연출하고 있다. 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도 해결책이 간단해 보이지 않고 이란과 나이지리아 등 지정학적 문제가 유가상승으로 연결되면서 여전히 세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북한이라는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가는 오른다. 쉼표도 없다. 우리 증시만 그런 것은 아니다. 전세계 증시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떨어질 것 같은데 오른다. 조정 시기와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에 투자자들의 고민이 있다. 차익실현을 해야 하는지, 조금 더 참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그동안 오른 것을 생각하면 팔아야 하지만 시장 흐름을 보면 더 오를 것 같다. 계속 들고 있자니 불안하고 팔자니 아깝다. 조정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급한 마음으로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모두가 기다리는 조정은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동산을 팔고, 적금을 깨고, 예금통장을 턴 돈을 주식시장에 들이밀고 있다. 지난 5월에만 주식형펀드로 3조원이 쏟아져 들어왔다. 고객예탁금은 1월 8조5,000억원에서 5월 말 현재 12조5,000억원으로 50% 가까이 늘어났다.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증권의 하루 평균 신규계좌 개설 건수는 1월 480건에서 5월에는 1,036건으로 2배 이상 폭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는 4월 100억원에 그쳤으나 5월에는 1조원에 육박했다. 뒤늦게 증시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주변의 여건에 개의치 않고 앞만 보고 달린다. 그동안의 기회비용 상실을 만회하려는 모습이다. 이들은 미국의 금리조정 임박 소식에도, 중국 증시의 경고음에도, 삼성전자의 국내 증시 비중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것에도 놀라지 않는다. 예전의 잣대로는 '꼭지'가 분명하다. 하지만 예전의 '묻지마 투자'와는 확연히 다르다.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요즘 개인투자자들은 기관과 외국인 뺨치게 영악(?)한 투자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철저하게 기업의 경영상태를 평가한 뒤 가치주 중심으로 장기투자를 한다. '워런 버핏 식' 투자다. 또 직접투자보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적극 활용한다. 그러다 보니 증시 체질이 확연하게 강해졌다. 중국 증시 폭락도 상승속도를 제한하는 정도의 재료밖에 안된다. 그렇다고 상승 분위기에 도취되면 안된다. 황소에 쫓겨난 곰은 언젠가 반드시 다시 나타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7/05/3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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