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음악산업, 발상의 전환을

기고 세계 음악시장의 첫 번째 지각변동은 정확하게 지난 2001년 10월 애플이 ‘아이포드’를 출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애플은 아이포드를 앞세워 단숨에 디지털음악시장의 맹주로 떠올랐고 그 전까지만 해도 음악산업의 주인으로 생각하고 있던 메이저 음반사들은 살을 에는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음악시장의 헤게모니가 음반 제작자에서 하드웨어 사업자로 넘어간 것이다. 타임워너는 지난 2003년 세계적인 레코드사였던 워너뮤직을 민간 투자자에 매각했고 지난 2004년에는 소니뮤직이 BMG와 합병하며 2,000명을 해고했다. 나머지 음반사들도 많게는 수천명에서 적게는 수백명까지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갈 수 없었고 심지어 가장 혁신적인 음반사로 정평이 났던 엘렉트라레코드사(Elektra Records)는 아예 문을 닫았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 최고 음반사였던 도시바EMI는 지난 2006년 주식 전부를 영국EMI에 매각하며 음악사업에서 철수해 충격을 던진 바 있다. 두 번째 지각변동은 지난 2007년 2월에 일어났다.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진원지는 애플의 스티브 잡스였다. 잡스는 음반사에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디지털 저작권 권리(DRM)는 불법복제로부터 음악산업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당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음반사의 비난은 대단했다. 그러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월 소니BMG를 막차로 4대 음반사 모두가 DRM-free서비스에 참여하게 됐다. 덕분에 온라인서점인 아마존은 애플에 대적하는 디지털음악시장 신흥강자로 부상했다. 올 들어서는 ‘공짜음악 서비스’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올해 초 무료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를 ‘프리코노믹스(Freeconomics)’로 명명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음악 서비스로는 ‘스파이럴프로그’(SpiralFrog), ‘아이밈’(Imeem), ‘라스트닷에프엠’(Last.fm) 등이 한창 인기몰이 중이고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는 자사 휴대폰 구매자에게 1년간 유니버설뮤직의 음원을 무료로 무제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불과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저작권 보호의 수호신으로 여겼던 DRM을 앞 다퉈 제거하는가 하면 음악시장 침체의 원흉으로 지목됐던 ‘공짜음악’이 백주 대낮에 버젓이 서비스되다니. 워너뮤직의 CEO 에드가 브론프만(Edgar Bronfman)이 지난해 11월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협회가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연설내용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상시 접속과 파일 공유가 폭증하는 인터렉티브 세상에서 과거 우리의 비즈니스모델이 운 좋게 유지되기를 바랐지만 당연히 우리는 틀렸다”고 고백했다. 미국의 저명한 엔터테인먼트 변호사인 스티브 고든(Steve Gordon)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음반시장의 침체가 시작될 때 세계 음반사와 권리자는 모두 P2P를 죽이고 불법 사용자들을 고발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런데 P2P는 인터넷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테크놀로지’였고 불법 사용자들은 바로 음악을 사랑하는 ‘고객’이었다. 음반사들은 테크놀로지와 고객을 적으로 돌려세우는 비즈니스 전략을 채택해 결국 실패한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 음악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DRM-free’와 ‘무료음악’ 서비스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바로 ‘기술의 포용’과 ‘고객의 편익’이다. 지금 국내 음악시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발상의 전환’이다. 언제까지 음악시장의 침체 원인을 불법시장과 고객의 각박한 호주머니에 돌릴 것인가. 불법시장은 소비자의 도덕적 양심이 아니라 기술로 해결해야 하고 고객의 호주머니는 사업자 간 창의적이고 유연한 비즈니스모델 개발로 오히려 가볍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최근 각종 통계와 자료를 보면 음악을 듣는 사람 수 자체가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음악 산업계에 남아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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