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과도한 가계대출 경쟁 방치해도 되나

가계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시중은행과 상호저축은행 등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516조원을 넘어섰다.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97년 말 185조원이던 것이 2.8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반면 지난 9년 동안 기업대출은 11% 늘어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기업들의 과도한 대출이 외환위기의 원인이 된 후 금융기관들이 담보가 확실한 가계대출에 주력한 탓이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6월 말 현재 256조원이던 주택담보대출은 9월 말까지 3개월 사이에 다시 10조원이나 증가했다. 부동산 투기심리를 타고 폭증하는 가계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로 이루어져 더욱 불안하다. 과거 신용카드 대란과 같은 금융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 흐름을 타고 있고 통화당국이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안이 현실로 닥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주택담보대출 대부분이 고정금리인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변동금리 비중이 95%나 되는 우리 실정에서 시중금리가 연율로 1%포인트만 올라도 가계 이자부담은 5조원이나 늘어난다. 따라서 부동산 거품이라도 꺼진다면 금융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닥칠 것이고 금융위기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대출상환 압박에 따라 내수 부진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금융감독 당국은 가계대출을 방치할 게 아니라 변동금리대출 비중를 줄여나가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장기대출을 변동금리로 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한제 등도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원금상환을 유예해주는 거치기간을 지나치게 길게 두지 못하도록 규제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이 상환능력을 충분히 고려해 대출계획을 짜는 게 중요하지만 금융감독 당국도 2금융권을 중심으로 과도한 대출경쟁을 억제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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