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 재무부 「워싱턴 출장소」로 전락할 전망이다.
미국 행정부와 공화당이 15일 일괄 타결한 99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미국은 179억달러의 IMF 지원에 합의하며 지원금리 인상 등 개혁을 요구, IMF에 대한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IMF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혁요구 분위기를 이용, 돈을 주는 대신 사설 금고화하겠다는 미국측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대출자금이 고갈되다시피한 IMF는 이같은 미국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미국의 170억달러 지원을 시작으로 서방 선진 7개국(G 7)들로부터 1,000억~1,500억달러의 신규자금을 얻는 대신 자주권을 대폭 양보하게 될 전망이다.
미국이 IMF에 요구한 개혁 내용은 대략 3가지. 우선 IMF 자금지원을 받는 나라들은 상품·서비스 분야를 자유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보호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철폐하고 파산절차과정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부문은 IMF 구제금융이 한국의 산업부문에 지원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토록 하고 어길 경우 IMF가 더이상 자금을 지원하지 말도록 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금리를 높이고 상환기한을 단축시킬 것을 요구한 것도 한국 등 경제위기국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금리와 관련, 미국은 IMF 대출금리를 시장금리보다 최소 3% 이상 높게 하고 상환기한도 1~2년반안에 갚도록 단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미 지난해 12월 IMF가 한국에 구제금융 21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합의문에서 금리를 7.7%, 상환기한을 1~1년반으로 적용한 사례의 연장선상에서 명문화를 요구한 셈이다. 미 공화당 딕 아미 의원은 『금리를 높이고 상환기한을 단축키로 한 것은 수혜국이 경제개혁을 조속히 추진, 신용도를 회복해 국제 금융시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표 참조
또 IMF 집행이사회가 토론한 내용을 3개월 이내에 제출할 것을 IMF에 요구키로 한 것은 IMF의 정책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구제금융 지원 합의서, 정책보고서, 각종 의향서, 각국경제에 대한 검토보고서, 정책변경 등의 각종 IMF 보고서를 공개토록 했다. 하지만 IMF 정책결정의 투명성 제고와는 달리 IMF의 자체 결정권한이 축소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미국은 이같은 IMF 개혁요구안에 대해 15개 주요이사국들이 합의하면 15일후쯤 179억달러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체 자금중 145억달러는 IMF의 일반자본금에서 미국측 비율을 높이는데 이용되고 나머지 34억원은 긴급 대출자금으로 쓰이게 된다. 이어 영국 등 G 7 국가들도 잇달아 자금출연을 결정, IMF는 최대 1,500억달러의 자금으로 다시 세계 외환위기 해소에 나서게 된다.
한편 이같은 미국측의 요구에 따라 지원조건이 대폭 강화된 IMF 자금의 첫 수혜자는 브라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즈사의 리처드 메들리는 『헤알화 폭락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브라질이 첫 수혜대상이 될 것』이라며 『300억~500억달러가 새로운 지원조건에 따라 제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건전한 경제 펀더맨털에도 불구, 지구촌 외환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는 아르헨티나도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미국측 개혁요구를 계기로 이제 IMF는 본격적인 개혁의 도마에 올랐다. 현재 IMF는 미국이 18%로 최대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 G7국이 45%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자금 추가출연으로 미국측 지분이 늘어나면서 IMF는 더욱더 미국종속적인 기관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