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사회가 위험한 순간에 직면했다."(피터 노이먼 영국 킹스칼리지국제연구소장)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 수도 파리의 한복판에서 벌어진 급진 이슬람 세력의 테러로 유럽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수년간의 경제침체에 기인한 극우 반(反)이민 정서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시점에 터진 이번 사건으로 유럽 분열을 조장·자극하는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유럽이 '이슬람 테러→이슬람포비아(이슬람 공포) 극대화→반이슬람·반이민 정서 확대→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공격·시위 증가'로 이어지는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의 파리 사무실에 침입한 괴한들의 총기 난사로 편집장을 비롯한 직원 10명과 경찰 등 12명이 사망한 이번 사건은 지난 1961년 알제리 전쟁이 끝난 후 프랑스에서 터진 최악의 테러로 평가된다. 프랑스의 이슬람 및 급진주의 전문가인 올리비어 로이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 대상 및 희생자 수 등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은 양적으로 또 질적으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충격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라며 "테러리스트들은 대중에게 쇼크를 주기 위해 이 같은 짓을 벌였고 그런 측면에서 그들은 성공을 거뒀다"고 진단했다.
프랑스는 급진 이슬람 세력이 연계된 테러에 취약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지목돼왔다. 북아프리카 식민역사의 후손들이 대다수인 무슬림 500만~600만명이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고 2010년 이후 종교와 연계된 테러를 모의했던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400명이 넘는다. 두 가지 모두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많다.
지난해 이라크·시리아에서 발호한 급진 수니파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 세력 척결을 위해 미국이 동맹세력을 규합할 때 서구권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곳도 프랑스다. 반대로 IS 세력 등에 합세해 내전에 참여할 요량으로 이라크·시리아로 건너간 프랑스 청년은 2,000명에 달한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프랑스의 한 고위당국자는 "우리가 어떻게 (이 많은) 무슬림 인구들을 관리할 수 있겠냐"며 "이번과 같은 종류의 공격은 사전에 발견하거나 막기가 매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이번 사건이 유럽 전체에 미칠 파장은 단순히 이슬람 테러의 잔인함을 확인한 것 정도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빈사상태에 몰린 경제와 높은 실업률 등으로 반이민 정서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테러는 유럽연합(EU)의 최고 가치인 '통합' 대신 '분열'의 목소리를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제1당 지위에 오른 '국민전선'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즉 EU 탈퇴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영국독립당 등이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노이먼 소장은 "많은 유럽인이 최근 반이슬람 성향을 보이면서 이와 관련한 세력(극우·반이슬람)들이 갈수록 사회 중심부로 진입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사건이 더 일어난다면 유럽 사회의 양극화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슬림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나 시위 등이 유럽 전역에서 들끓을 가능성도 높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미 5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반이슬람 단체인 '유럽의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이 벌인 시위에 사상 최대인 1만8,000명이 참여할 정도로 유럽 내 반이슬람 정서가 팽배한 상황이다. 프랑스 내 무슬림인 사미르 엘라트라씨는 "많은 유럽인이 테러와 무슬림을 동일선상에서 보고 있다"며 "이슬람포비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