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계륵 신세가 된 '와이브로'


계륵(鷄肋),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토종' 통신기술인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가 딱 이 신세다. 경쟁자인 롱텀에볼루션(LTE)에 밀리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활성화 정책도 먹히지 않고 있다. 활로가 보이지 않는 진퇴양난 처지다. 지난 16일 오전에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는 국내 정보기술(IT)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와이브로 기반의 제4이동통신사 탄생 여부가 판가름 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특히 제4이통사 등장이 결정되면 와이브로 활성화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다. 사업자 신청을 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과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컨소시엄 모두 전국에 와이브로망을 깔아 저렴하고 빠른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결과는 두 곳 다 탈락, 새 이통사 탄생이 무산됐다. KMI가 단독으로 신청한 이전 두 번의 사례까지 포함하면 벌써 세 번째 불발이다. 석제범 방통위 통신정책국장은 "KMI와 IST 모두 기간통신사업을 수행하기에 미흡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아쉬워했다. 와이브로 원천기술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컨소시엄에 참여한 대ㆍ중소기업이 실망한 것은 당연지사. 제4이통사를 통해 통신요금 인하와 와이브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정부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옛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와이브로를 핵심 전략기술로 선정하고 육성해왔다. 지난 2006년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를 상용화하고 2007년에는 글로벌 표준기술로 선정되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는 듯 보였다. 진퇴양난에 빠진 토종기술 그러나 2009년 말부터 버라이존와이어러스, 텔리아소네라 등 전 세계 대형 통신사들이 와이브로 경쟁기술인 LTE를 선택하면서 판도가 달라졌다. 국내의 경우 지난 7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를 상용화했고 KT는 2G(세대) 서비스가 종료되는 대로 기존 2G 주파수 대역에서 LTE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에릭슨 등 통신장비업체와 단말 제조사도 LTE로 쏠리면서 와이브로는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 정부는 2004년 와이브로 정책을 수립할 당시 2010년 가입자 수가 85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현재 와이브로 가입자는 예상치에 훨씬 못 미치는 80만명 선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KTㆍ인텔 등과 손잡고 총자본금 2,480억원 규모의 와이브로 동맹사를 설립하기로 하는 등 분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앞으로도 와이브로 기반의 통신 서비스를 하겠다는 업체가 나올 것이다. IST나 KMI가 재도전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처럼 시장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와이브로 기반 통신 서비스에 자금을 대겠다고 나서는 기업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에 탈락의 고배를 마신 두 후보 사업자 모두 재정능력에서 특히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탄탄한 자금줄이 없었다는 의미다. 현대그룹이 막판에 IST 컨소시엄 참여를 철회한 이유 중 하나가 와이브로의 시장성에 대한 자신감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만큼 지금 와이브로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세 번째 사업자 선정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와이브로를 활용하는 이통사업자 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국내에서도 내년에 LTE 전국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최근 가입자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와이브로 기술을 계속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관련 기술 개발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와이브로 기술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위원회 회의를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와이브로 정책 재검토 필요 하지만 현실을 냉정히 인정할 필요가 있다. 마켓(시장)을 만들려고 하는데 플레이어(선수)가 외면하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LTE 대세'를 받아들이고 와이브로를 활용할 차선책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토종 기술이라는 명분에 집착하고 LTE와 맞서는 쪽으로만 정책 방향을 고민하면 해결책이 안 나온다. 업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보완재' 역할론은 검토해볼 만하다.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을 분산시키는 보완재로 활용해 와이브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투자된 와이브로망은 기존 3G망과 4G LTE망의 데이터 트래픽을 분산할 수 있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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