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디지털시대 문학이 가야할 길

■ 경계를 넘어서는 문학<br>김성곤 지음, 민음사 펴냄


TV와 컴퓨터, 인터넷은 난해하고 고급스런 예술과 문화, 소위 '귀족문화'를 순차적으로 무너뜨렸다. 소수의 정보 독점과 그를 바탕으로 한 권력 유지가 어려운 시대에 대중문화가 전면에 부각됐다. SF·추리·범쥐물 등 장르소설이 중간문학(중류문학)으로 분류되고 상업적인 추구가 더이상 천박한 돈놀이로만 이해되지 않는다.

현재 한국문학번역원 원장이자 서울대 영문과 교수,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바라보는 지점은 중간문학이 그리는 '탈경계'의 영역이다. 디지털·온라인 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을 주춤하게 만들 '경계'와 '문학'이라는 단어를 함께 제목으로 가져왔지만, 그가 읽는 것도 바로 그 세대다. 통섭과 융합이 키워드로 떠오르는 시대에 과연 어떤 지고한 기준이 절대적인 선을 그을 수 있는가다.


그는 이미 1960년대 초 '소설의 죽음'을 선언한 미국 문학평론가 레슬리 피들러를 인용해, 순수-대중문학을 나누고 예술-상업성의 선을 긋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강변한다. "피들러는 조이스의 '피네건의 경야'를 일고 감동받아 삶의 변화를 겪었다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인생의 변화를 겪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은 많다며, 그렇다면 그 둘 중 과연 어떤 소설이 더 가치 있고 더 훌륭한 것인지 반문한다." (140페이지) 그 역시도 책 속에서 '내 인생을 바꾸어 놓은 네 권의 책' 중 하나로 '앵무새 죽이기'를 언급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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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990년대부터 영화와 문학, 문화를 함께 다룬 저서들을 펴내온 그는 영화 속에서 소설을 읽고, 다시 정치와 이데올로기, 오리엔탈리즘, 또 과학·로봇을 말하는 트랜스휴머니즘까지 갔다가 다시 소설로 되돌아온다. 많이 팔리는 책 '베스트셀러'는 저급한가. 디지털·영상 매체에 대항해 빠른 호흡으로 강한 호소력과 설득력을 갖춘 테러·범죄물은 그저 '펄프 픽션'인가. 절대적인 선과 악의 구분이 흐려지고, 오히려 진리에 대한 맹목과 아집을 공격하는 '천사와 악마'나 '단테클럽' 같은 작품들의 등장은 어떻게 볼 것인가.

반면 저속하고 수준 낮은 통속소설이 '중간문학'의 탈을 쓰고 행세하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의미를 묻는다. 특히 1954년에 출간된 '나는 전설이다'를 통해 소수 지식인의 절망과 권력을 잃어버린 구세대의 슬픔을 읽어낸다. 그리고 흡인력과 재미, 되씹어보는 감동을 갖춘 순수문학의 가능성을 메릴린 로빈슨의 '홈', 필립 로스의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알리 스미스의 '우연한 방문객' 등으로 되짚어본다. 2만5,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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