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룹경영 불신이 시장 냉대 키웠다

그룹경영 불신이 시장 냉대 키웠다현대건설·상선에 1,000억 긴급지원 다시 시장을 냉각시킨 현대그룹의 유동성위기는 현재의 기업가치나 채무구조보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MK(정몽구 회장)·MH(정몽헌 회장)의 경영권 갈등 등 불안한 지배구조는 현대그룹의 경영전반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켰고 가뜩이나 예민해진 시장은 지난 3월이후 현대그룹 일부 계열사를 철저히 냉대해, 결국 현대의 자금난이 초래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현대그룹 주요계열사의 자금사정을 들여다보면 현대건설과 현대상선등 일부사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또 당장 자금난을 겪고 있는 계열사도 6월이후 만기도래하는 CP(기업어음)와 회사채물량이 많지 않아 그런대로 「버틸수 있는 수준」은 된다는 게 채권은행의 설명. 다만 과거의 예로 볼 때 「공포심」에 빠진 금융기관등 시장참여자들이 「양떼」처럼 움직여 지금부터 현대를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 ◇건설·상선외 강관등 2~3사도 빡빡=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측은 지난 17일 현대상선의 당좌대출한도를 3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늘려준데 이어 지난 23일 다시 현대건설의 당좌대출한도를 350억원에서 850억원으로 500억원을 추가해주는 등 최근 총 1,000억원의 단기자금을 지원했다. 한도확대시한이 6월말까지로 사실상 「일시대출」이다. 외환은행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삼성카드가 지난 한달새 1,800억원의 단기자금을 회수한데다 최근 삼성캐피탈마저 970억원을 회수해간 데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1~2주가 문제일 뿐 6월 중순 이후에는 자금수급구조로 볼 때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대건설도 최근 2금융권으로부터 집중적으로 CP등을 회수당하고 신규 단기자금조달라인이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이라며 『현대계열에 정말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당좌대출 1,000억원의 한도확대를 어떻게 결정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측의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는 외환은행 여신심사라인에서 큰 문제제기 없이 현대 추가지원이 결정됐다면, 실제로 현대그룹의 자금상황은 시장이 불안해하는 것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대그룹 계열사중 최근 자금이 빡빡한 곳으로는 현대강관등 2~3개사가 더 있다는 게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들의 분석. 다만 이들 역시 이미 2금융권으로부터 시달릴대로 시달려 6월에는 오히려 다소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게 여신담당자들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불신」이 위기 증폭=외환은행측은 26일 정몽헌(鄭夢憲)현대그룹회장이 김경림(金璟林)외환은행장을 방문한 것과 관련, 『신임행장 예방차원이었으며, 金행장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촉구했다』고만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의 반응. 안정을 찾아가던 투자심리가 외환은행의 현대그룹 긴급지원 소식으로 싸늘하게 식는 등 증시와 자금시장은 다시 냉각기로 접어드는 모습. 특히 과연 鄭회장의 외환은행방문이 단순히 예방차원인지, 또 건설·상선에 500억원씩 지원받은 게 전부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확산되는 등 「불신」이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현대위기의 「씨앗」은 근본적으로 현대건설이다. 토목부문에서 수년간 실적을 올리지 못해 기업의 채산성이 현저히 악화됐고, 여기에 정부가 계열사간 지원을 차단해 앞으로 그룹내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기 때문에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때 현대건설이 만기도래 CP를 막지 못했다는 설이 돌았던 것도 불안한 시각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 시각은=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은 26일 『현대그룹 자금문제는 그룹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건설의 단순한 자금수급상의 문제이며, 다른 계열사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또 李위원장은 『외환은행이 자금지원을 조건으로 현대그룹의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현대도 이를 수용할 자세가 돼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근우 금감위심의관은 26일 『현대계열사의 차입금이 줄어들고 있고 만기구조도 안정적』이라며 『특히 70%가 유가증권이고 이중 50%가 회사채 형태』라고 말했다. 이날 李위원장등의 말을 종합할 때 정부의 현대에 대한 시각은 기본적으로 후진적인 경영지배구조와 일부 부실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현대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져있다고 보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5/26 18:29 ◀ 이전화면

관련기사



성화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