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미FTA, 車 양보 대신 농산물·의약품서 이익 균형 맞추기 나설듯

[한미 FTA 사실상 전면 재협상] <br>"한쪽 양보 수반 없이는 합의 사실상 쉽지 않다" 분석<br>추가 협의 장기화 되거나 일방적 밀린 상태서 끝날수도

지난 8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한미 통상장관회의를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쟁점 현안 해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호재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판도라의 상자에 종종 비유된다. 기존에도 양국 모두 재협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협정문에 손을 댔다가는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그래서 통상관료들은 지금까지 '협정문에 점 하나도 빼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정부가 자동차 등 일부 제한된 부분에 국한해 주고받기 식 협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한쪽의 양보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한미 FTA 추가 협의가 재협상 국면에 돌입할 경우 장기화되거나 우리 측이 양보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농업ㆍ의약품 얻고 자동차 내주나=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인다면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우리도 일부 새로운 요구사항을 내놓아야 한다. 최석영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18일 "지난 협상에서 우리도 요구사항을 제시했다"며 "자동차 분야 안에서 이익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밖에 다른 영역을 통해서도 방법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분야에서는 스냅백(관세철폐 환원조치) 철회 외에 마땅한 방안이 없다고 설명한다. 관세철폐 시한을 앞당기는 것도 가능하지만 미국이 반대로 시한연장을 요청한 상황이어서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타 분야에서는 의약품이나 농산물 분야 시장보호 조치가 내세울 수 있는 카드로 예상된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 조항 수정, 농산물 세이프가드 적용 품목 확대, 농산물 관세철폐 기한 연장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개성공단 제품을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최 대표는 "그렇게 되면 너무 판이 커지므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야당에서 독소조항으로 지적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제(ISD)에 대해서도 "독소조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최 대표는 향후 일정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통상장관회의가 개최될 것"이라고 말했다.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 FTA 협상에서 쇠고기 문제를 다룰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무리한 타결전략은 자충수=최 대표는 이날 "합의된 협정문의 수정, 재협의ㆍ재협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인정한다. 유럽연합(EU) 쪽에서 온실가스 규제조치 등에 대해 한미 간 협의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협상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시인한 것이다. 사실 지난 통상장관회의에서 자동차 시장 무역불균형에 대해 미국이 요구한 사안은 관세철폐 시한 연장, 세이프가드 조치 마련 등 자유무역을 표방하는 FTA의 근간을 흔드는 내용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요구에 대해 한국 시장개방 완화는 수용할 수 있지만 관세환급 도입이나 관세철폐 계획 연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 측이 FTA에 반하는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한미 FTA 타결을 위해 무리하게 협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내년 7월 한ㆍEU FTA 잠정발효 등 우리 측이 결코 불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주장에 계속 끌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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