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내집 마련' 꿈 되찾는 한해 되길


성공과 행운을 상징한다는 흑룡(黑龍)의 해를 맞아 많은 이들이 새해 계획 짜기에 분주하다. 승진ㆍ건강ㆍ가정의 행복…. . 다양한 꿈과 희망을 얘기하는 시기지만 올해는 늘 이맘때면 상위권에 자리잡던 새해 소망 하나가 사라진 분위기다.

'내집 마련'은 자녀를 둔 무주택 가장의 1순위 소망으로 꼽혀왔다. '전셋값 올려주지 못할 거면 집 비워달라'는 집주인에 타박에 시달려 본 세입자라면 누구나 마음먹는 꿈이다. 특히 유난히도 가팔랐던 지난해 전셋값 오름세를 겪으며 이 같은 소망이 더욱 간절해질 터다.

하지만 최근 주택 시장에서는 오히려 '내집 마련 포기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집값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소득과 저축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울 엄두조차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고용불안은 날로 커져만 가고 물가는 오름세를 멈추지 않는다. 1년을 고생해서 저축해야 2,000만원 모으기도 쉽지 않은데 전셋값은 올랐다 하면 수천만원이다. 집을 사는 것은 고사하고 있던 전셋집에서조차 밀려나 외곽 지역으로 내몰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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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구매 의욕 상실에는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도 한몫 한다. 집 한채는 있어야 한다며 빚을 내 마련했던 아파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 '하우스푸어(House Poor)'들이 속출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주택 구매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하고 있다.

문제는 '내집 마련 포기자'가 늘어날수록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도 수도권 전셋값은 예년대비 3~7%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가 많았다.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실수요자들이 안심하고 내집 마련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전세로 거주하며 목돈을 마련한 세입자들이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이런 구조를 만들어갈 중재자는 결국 정부다. 서민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거주 가능한 주택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무주택자는 내집 마련의 꿈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 집 있는 사람들은 집을 가진 고통에서 벗어나는 임진년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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