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30일] 현대차 사태 엄중 판단해야

"경찰은 현대차 사태에 과잉대응하지 말고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주 말 울산을 방문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울산1공장 점거농성에 대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당시 조 청장은 오프더레코드를 전제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지만 이 발언이 곧바로 외부에 알려지면서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 공장점거가 계속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법을 집행하는 경찰 수장의 현실인식이라고 믿기 어려운 발언이기 때문이다. 대검찰청과 경찰ㆍ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이미 명분이 없는 불법 파업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조 청장의 '중립' 발언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현장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인사철을 앞둔 경찰이 조 청장의 발언으로 말미암아 불법 파업으로 규정된 현재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움츠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8일 사측은 정규직 노조와 만난 자리에서 "점거를 풀어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반면 비정규직 노조는 "대화가 이루어지면 농성을 풀겠다"고 밝혔다. 각자 간 확연한 입장차만 확인하고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 점거파업으로 현재까지 1만5,900여대의 생산차질, 1,800억원 이상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 사측은 이미 단계적 조업단축을 실시하고 있고, 상황을 보면서 휴업까지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현대차의 손실이기도 하고 정규직ㆍ비정규직 등 모든 노동자들의 손실이기도 하다. 정규직 노동자의 여론도 좋지는 않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최근 '점거 농성 파업을 풀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부는 "왜 우리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가"라고 격앙되기도 했다. 이경훈 현대차 정규직 노조위원장은 "조속하고 원만하게 끝나지 않으면 노사관계를 떠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으로 이번 투쟁이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빠른 시일 내 해결되지 않는다면 노사 모두 파국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현대차 사측과 정규직ㆍ비정규직 노조 모두 알고 있다. 공권력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다. 큰 피해와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다.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는 현대차를 비롯해 한국경제에 더 큰 혼란을 일으킨다. 불법 파업에 대한 엄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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