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형 헤지펀드 '반쪽짜리' 우려

시장불안·규제강화 움직임에 39곳중 24곳 "설립 유동적"


정부가 연내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최근 글로벌 위기에 따른 시장불안과 규제강화 움직임 때문에 헤지펀드 설립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금융투자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3년 전 자본시장법 제정에도 불구하고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에 헤지펀드를 도입하지 못했던 전철을 다시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헤지펀드 설립 자격요건을 갖춘 39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ㆍ투자자문사들을 조사한 결과 자격요건은 갖췄지만 헤지펀드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금융투자회사는 7개로 나타났다. 또 설립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미룬 업체는 6곳, 내년 3ㆍ4분기 이후로 연기한 회사도 2곳이었다. 헤지펀드를 언제 만들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곳도 9곳에 달했다. 조사 대상 기업 39개 가운데 62%에 해당하는 24개 업체의 헤지펀드 설립 여부가 유동적인 셈이다. 반면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당초 계획대로 연내 헤지펀드를 설립하겠다고 답한 업체는 15곳뿐이었다. 이처럼 금융투자 업체들이 헤지펀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조사 대상 업체 가운데 16곳이 토종 헤지펀드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장상황 악화'와 '정부 또는 관련법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주식워런트증권(ELW)과 관련해 최고경영자(CEO)가 기소된 증권사들에 대해 헤지펀드 시장에 직접 진출하지 못하게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업계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관련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에 토종 헤지펀드를 만들지 못하면 한국 자본시장은 세계시장에서 또다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 증시상황에서 보듯이 외국인에게 휘둘리고 있는 국내 자본시장의 기반을 탄탄히 하고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대형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의 출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내년 총선과 대선 일정 등을 감안했을 때 올해를 넘기면 적어도 2~3년간은 헤지펀드 도입이 어렵고 그만큼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뒷걸음질치게 된다"며 "국내증시의 자생력을 키우고 기관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헤지펀드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도 "ELW에 문제가 있다고 헤지펀드와 같은 신규 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다면 국내 증권사들이 발을 디딜 곳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금융위가 헤지펀드와 대형 IB를 육성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이를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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