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물가상승 압력 현실화 우려

경기실물지표 개선없이 심리만 호전<br>정부·한은도 한달새 경기 낙관론서 신중론 후퇴<br>일부선 "인플레이션 방지 선제조치 필요" 지적도


‘경기가 한달 사이에 정말 변한 것일까.’ 지난 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기자실을 찾은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회복 시기를 묻는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지난 3월 “본격적인 회복이 1분기쯤 앞당겨질 수 있다”며 기대감을 한껏 심어줬기 때문이다. 이날 박 총재는 “당초 예상대로 올 하반기부터 회복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며 낙관론에 함몰된 듯했던 한달 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를 반영한 탓일까. 낙관론을 줄기차게 주장해오던 재정경제부도 ‘관망론’으로 한발 물러서는 조짐이다. 경기회복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대심리만 충만해 그동안 억눌려왔던 물가상승 압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한달 만에 경기회복 ‘낙관론’에서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은 기대심리만큼 실물지표가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기대지수가 30개월 만에 기준치를 넘어서는 등 기대감은 한껏 조성돼 있지만 이를 입증해야 할 산업생산 및 고용ㆍ서비스업 실물 지표들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2월 중 산업생산과 출하는 각각 전년동월 대비 7.3%와 6.1% 감소했으며 서비스업 생산도 전년 같은 달보다 0.6% 줄었다. 같은 달 실업률도 4.0%로 2001년 3월(4.8%) 이후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금방이라도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 같던 경기가 한달 만에 주춤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통화위원회도 경기회복 기대감 축소에 대한 우려를 의결문에 담고 있다. 수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개선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는 3월과 바뀐 게 없었다. 그러나 건설투자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3월 ‘신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표현에서 한발 물러나 ‘건설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건설경기 지표인 건설기성액은 1~2월 평균치가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에 그쳐 지난해 12월(-0.2%)보다는 늘었지만 11월(5.8%)보다는 크게 줄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물가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졌다. 3월까지 ‘불안요인이 잠재돼 있다’는 문구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비용 면에서의 상승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최근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49.76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43.9% 상승하며 한은의 예상치(배럴당 34달러)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의 오름세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주택가격 반등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던 문구를 ‘움직임이 있다’로 대신했다. 지난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6% 상승하며 2월(0.5%)보다 오름세가 확대됐다. 이처럼 경기침체로 잠복해 있던 물가불안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만으로 불안한 양상을 보이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 조기집행과 종합투자계획 등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효과를 보기도 전에 자칫 물가 불안심리만 확산될 경우 정책수단의 입지가 궁지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은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 경기 회복세가 약하기 때문에 당장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3월 지표가 나오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가 돼야 경기 회복세를 가늠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