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혼돈의 이집트 어디로… 야권 핵심리더 없어 '사분오열' 조짐

정부·野 합의 불구 시위대 등 수용안해 '산넘어 산'<br>무슬림 형제단은 "대화 지속" 밝혀 의견 통합 곤혹

이집트 정부와 야권 대표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반민주적 헌법을 개정하고 긴급조치법을 해제하기로 일단 합의하면서 이집트 사태는 협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정부 측과 달리 반정부 세력에는 야권과 시위대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 대변할 만한 핵심 인물이 없어 내부 의견 통합에 곤란을 겪고 있다. 협상에 참여한 야권 인사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당장 물러날 경우 여당에게 유리한 현행 헌법에 따라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측 권력 이양 방안을 수용하고 있다. 반면 광장의 청년 시위대와 야권의 또 다른 세력들은 이를 즉각적으로 거부, 첫 단추가 채워지기 전부터 야권은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APㆍAFP 등 외신에 따르면 '4ㆍ6청년운동' 등 이번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청년 단체들은 정부와 야권 대표들의 합의 내용을 거부한 채 광장 점거와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4ㆍ6청년운동은 '정의와 자유그룹''문두드리기운동' '엘바라데이를 지지하는 대중운동' 등과 함께 '청년의 분노혁명 통일지도부'라는 연합체를 구성해 정부에 맞서기로 했다. 현 정권을 신뢰할 수 없는 만큼 보다 투명한 협상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협상단에서 배제된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절차가 불투명하다"며 "누가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야권의 주요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은 정부와의 협상에 나선 동시에 연합체에도 합류하면서 다른 야권과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무슬림형제단 대표로 협상에 참석했던 모하메드 모르시는 "협상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무슬림형제단은 (무바라크 즉각 퇴진이라는) 우리의 요구를 거듭 밝히고 대화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참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형제단은 정부와의 대화를 강경하게 거부하는 다른 단체들과 달리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 사항에 대해 진전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야권 내 의견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자 일부 전문가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브루킹스도하센터의 샤디 하미드 박사는 "야권 분열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아주 좋다"며 "이는 지난 30년간 우리가 봐왔던 기술"이라고 지적했다. 유라시아그룹의 중동 분석 연구원인 하니 사브라도 "술레이만 부통령이 정치적 모멘텀을 얻었다"며 "그는 이미 야권 내 온건파들을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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