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디자인 경영의 진화

국내 주요 기업들의 디자인 활동 성과가 그야말로 눈부시다. 최근 LG전자는 세계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인 레드닷디자인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최초이며 아시아에서는 지난 2000년 소니의 수상에 이어 두번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년간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에서 주관하는 IDEA디자인상의 최다 수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매년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주요 혁신상을 수상하며 디지털 한류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 CES 혁신상은 디자인과 기술이 우수한 제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한국 기업들은 소니와 필립스 등을 제치고 해마다 수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소비패턴 등으로 개념 확대 이런 괄목할 만한 성과는 일찍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량 강화에 힘을 기울인 주요 기업들의 각고의 노력의 결과이다. 그런데 여전히 디자인을 여러 제품 속성 중의 일부로만 여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디자인의 기능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디자인 경영을 한층 더 강화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이라고 하면 특정 스타일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디자인을 단순히 제품의 형태와 색상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과거의 디자인이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상품의 포장이나 외형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소비자의 구매 활동과 라이프 스타일까지 디자인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마케팅기업으로 유명한 P&G 역시 디자인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P&G는 브랜드팀과 연구개발(R&D) 부서에 디자이너를 파견해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 통찰력을 갖고 제품 개발에 참여하도록 한다. 소비자들이 실제 제품을 어떻게 경험하는지 관찰해 소비자들이 불만족스럽지만 표출하지 않는 속성들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기저귀의 경우에도 품질이나 형태에만 신경을 쓰지 않고 속옷 개념으로 인식해 패션디자이너까지 두고 있다.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디자인은 유형의 제품뿐만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보건의료회사인 카이저퍼머넌트는 성장 전략으로 환자의 치료 경험 개선을 선정했다. 환자의 입장에서 일련의 진료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환자에게 쇼핑처럼 매력적인 의료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듯 디자인 개념의 확대와 더불어 디자인 경영은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새로운 성장을 꿈꾸는 기업들은 혁신적인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그런데 기술력이 뛰어난 제품들이 반드시 성공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혁신기술에 시장에서의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특히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 차별화가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는 디자인이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애플의 사례에서도 이를 살펴볼 수 있다. 애플은 최근 비즈니스위크지에서 세계 1위의 혁신 기업으로 선정됐다. MP3플레이어인 아이팟을 출시해 전세계 MP3플레이어의 약 70%를 점유했고 매출은 출시 이후에 두 배까지 성장하며 최대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아이팟은 흰색의 선과 심플한 형태로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시장흐름 먼저 읽고 대처를 그러나 깔끔한 스타일만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기존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성능과 음질을 강조하고 개별기기의 스타일에 주력했다. 아이팟은 여기서 더 나아가 소비자들이 곡을 구매하고 음악을 향유하는 소비 스타일까지 디자인했다. 이로 인해 아이팟은 단순한 디지털기기가 아니라 소니 워크맨에 이어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 코드로까지 평가되고 있다. 요컨대 디자인을 형태와 스타일로만 받아들이면 그만큼만 활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디자인을 좀더 폭넓게 이해하고 그 변화 방향성을 먼저 읽고 대응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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