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지난 10일부터 만기가 돌아온 운전자금용 외화대출을 일제히 회수함에 따라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이달 초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을 개정, 외화대출 용도를 해외사용 실수요 목적과 제조업체에 대한 국내 시설자금으로 제한한 후 시중은행들은 시설투자나 실수요 관련 대출이 아닌 한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의 만기도 연장해주지 않고 있다.
외화대출 가운데 엔화대출의 경우 금리가 연 2~3%로 원화대출 금리보다 훨씬 싸다.
따라서 이를 원화대출로 갈아탈 경우 금리가 7%대에 이르기 때문에 최소한 2배 이상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1억엔을 연 3%로 대출받았다면 그동안 연 300만엔(약 2,469만원)의 이자를 내면 됐지만 이를 연 7%의 원화대출로 갈아탈 경우 연간 이자부담이 약 5,700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다.
지금까지는 특별히 신용 문제가 없는 한 만기를 연장해줬기 때문에 엔화대출을 이용하는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갑작스러운 자금회수조치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의 경우 당장 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는데다 원화대출로 전환하면 이자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은행권의 외화대출 잔액은 441억달러로 이 가운데 운전자금이 56%(247억달러)를 차지했다.
통화별로는 미 달러화 대출이 전체의 64%인 284억달러를 차지했으며 엔화대출이 141억달러였다.
시중은행들은 만기를 연장하지 못한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최근 “기존 대출자들에 한해 유예기간을 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한은에 제출했다.
은행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신용 문제가 없는 한 만기가 돌아온 대출은 자동 연장해주는 게 관례였던 만큼 고객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들이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은은 이 같은 유예 건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실수요 자금에 대해서만 대출을 취급하도록 창구지도를 해왔기 때문에 1년 전부터 유예기간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