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5일] <1234> 파리 로스차일드


1818년 11월5일, 프랑스 파리. 시장에 한파가 닥쳤다. 안정적으로 오르던 국채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국채발행 목적은 나폴레옹 전쟁으로 몰락한 프랑스 재건. 폭락세가 거듭되자 황제(나폴레옹)가 재집권하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까지 공공연히 나왔다. 가뜩이나 세수부족에 시달리던 판에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추가 발행이 어려워지고 이자상환마저 힘들어질 상황. 얼마 안 지나 로스차일드 파리 상회에서 국채를 매집하며 가격을 올린 후 한꺼번에 내던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26세에 불과한 로스차일드 파리 상회의 대표 제임스가 형제들의 도움을 받아 시장을 흔들었다는 것이다. 사실이었다. 어렵게 되찾은 왕정이 위태롭다고 판단한 국왕 루이 18세는 자존심을 접고 제임스를 엘리제궁으로 불렀다. 알현을 통해 로스차일드 가문은 모든 것을 얻었다. 국채 2차 발행분부터 라이벌인 베어링스에 빼앗겼던 프라이머리 딜러 자격을 따내고 왕실 주거래은행이라는 지위도 획득했다. 5형제의 막내인 제임스가 형들의 도움으로 돈을 풀자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내막을 모르는 투자자들은 ‘경제위기에서 프랑스를 구출한 영웅’으로 로스차일드 형제들을 치켜세웠다. 이미 영국과 프로이센ㆍ오스트리아 금융계를 지배하던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때부터 프랑스 금융가까지 수중에 넣었다. 제임스가 프랑스에 정착한 1812년 5만5,000파운드였던 재산은 사망(1868년) 무렵 1,691만4,000파운드로 불어났다. 병 주고 약 주며 재산을 불린 셈이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세계 경제위기를 야기한 투자은행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으로 회생은 물론 중개이익까지 챙길 판이다. 금융과 탐욕의 만남은 세상을 고통으로 내몬다. 이번에는 누가 돈을 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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