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이 마르고, 강이 고여 썩고, 생명체의 먹이사슬이 끊어지면 인간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교회가 현재 4대강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공사들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가 23일 주교회의 기관지 '경향잡지' 7월호에 실은 기고문에서 천주교가 4대강 사업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밝혔다. 강 주교는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안락하거나 편안한 인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교회의 일원이 된 모든 이는 세상을 향해 세심한 관심과 배려와 연민으로 다가가고 일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하는 것은 예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일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 주교는 "예수 그리스도는 세상과 초연하게 산야에 묻혀 명상과 기도에만 몰두한 분이 아니다"라며 "30여년을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살면서 세상이 차별하고 억압하고 외면한 보잘것없는 이들의 고통과 슬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들 가운데 함께 계시며 위로하고 격려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회를 생각이나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목을 도모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서로의 마음을 상하지 않고 평온하게 지내는 인생 '동아리' 정도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수많은 종교단체 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어도 진실한 그리스도의 교회는 아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강 주교는 천주교가 환경 문제에 개입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십계명 중 7번째 계명 '도둑질하지 마라'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한 자연계 전체는 온 인류가 공동 관리하도록 맡기신 선물이기에 모든 인간이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음을 밝히는 명령"이라며 "인류 문명은 강에서 시작됐고 강은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 같은 존재지만 현대에 이르러 인간이 둑을 쌓고 모래를 파가고 물길을 막아 강의 숨통을 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