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스타트업 위한 엑셀러레이터 키워야

오세홍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창조경제혁신센터장


얼마 전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최한 '창조경제 글로벌 포럼'이 성황리에 열렸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전세계가 경쟁적으로 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추진하는 창조경제에 대해 해외 석학들의 견해와 조언을 구하는 자리였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부상하는 신기술·신사업·신산업 분야에 있어 엑셀러레이터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설립도 급격히 증가해 세계적으로 2,000여개의 엑셀러레이터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엑셀러레이터는 기존의 창업보육기관이나 프로그램과는 달리 이머징산업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발굴, 초기 투자는 물론 전문적인 보육을 위해 창업기업의 성장지원 및 투자회수를 돕고 있는 기관 및 프로그램이다. 이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는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털의 지원을 받은 벤처기업보다 전문 엑셀러레이터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창업 이후 5년간 생존율이 10~1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엑셀러레이터 졸업 후 인수된 기업의 비율이 벤처캐피털 지원기업 평균보다 높고 더 빠른 자금회수가 가능하다는 최신 연구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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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아이디어 사업화를 위해 창업 보육을 보다 전문적으로 신속하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진 우리나라도 민간 엑셀러레이터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도 엑셀러레이터 협의체 발족식이 열렸으며 엑셀러레이터가 창업에 있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불리는 초기 투자 및 보육, 네트워킹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미흡한 점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첫째, 엑셀러레이터에게 중요한 투자회수 시장이 미흡하다. 우수한 창업팀에 대한 인수합병(M&A) 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대기업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애플·구글·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의 M&A가 원활하기 때문에 기술창업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수 후 개발(A&D)' 전략을 통해 자신의 플랫폼을 공고히 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둘째, 지역 창업 생태계에 있어 엑셀러레이터 발굴 및 육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대전·포항을 제외하고는 지역 엑셀러레이터 생태계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는 올해부터 전국 17개 시·도에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구축할 계획인데 지역 엑셀러레이터의 발굴·육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셋째, 기술혁신형 창업 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모바일·인터넷 등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에서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든 뒤 시장반응을 통해 제품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을 이끄는 유용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첨단기술기반 혁신형 창업은 보다 세밀한 보육과 성과창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첨단기술기반 혁신형 창업을 엑셀러레이팅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할 때다.

창조경제 구현에 있어 신성장 동력 발굴과 아이디어 사업화를 위한 플랫폼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수한 아이디어를 감별하고 보육하는 것은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혁신시스템의 유기적 지원체계를 잘 마련해 새로운 산업을 키워 질 좋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연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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