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식이 돈벌이…" 중국 중소기업들 본업 잊었다

제조업체, 내수둔화·과잉설비 등에 생산 중단한 채 증시투자 몰두…

"투기장 전락" 우려


중국 기업들이 경영활동을 통한 수익창출보다 주식투자를 이용한 돈벌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아예 직원들을 해고하고 생산을 중단한 채 사실상 유령회사 형태로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다. 내수둔화와 과잉설비, 높은 차입비용 등으로 중국 경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본업을 접은 채 투기에 몰두하는 셈이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 4월 제조업체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늘어났다. 3월의 적자(-0.4%)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이익의 97%가 증권투자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WSJ는 투자수익을 제외하면 제조업체의 4월 순익이 0.09% 증가하는 데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체들이 주식투자에 몰두하며 기업들의 투자 유가증권 보유도 대폭 늘었다. 싱가포르 투자은행인 UOB케이히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상장기업들이 보유한 주식과 채권 등 투자 유가증권 규모는 9,460억위안으로 전년보다 60%나 급증했다.

관련기사



WSJ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사례로 옌청시에서 조명설비 등을 생산하는 옌우커다일렉트릭의 둥쥔 회장을 소개했다. 둥 회장은 올해 초 50년 된 공장 문을 닫고 100여명의 직원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대신 그는 거의 매일 공장에 나와 종일 주식매매를 하고 있다. 둥 회장은 "요즘 제조업은 너무 하기 힘들다"며 "주식투자로 돈을 벌어 연말에 경기가 나아지면 다시 공장 문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까지 주식투자에 나서며 주식시장이 지금보다 더 투기장으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부 기업이 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도 근심거리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12일 주식담보대출 거래 감독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차오핑 UOB 이코노미스트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은 중국 경제에 커다란 위험이 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주식시장의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될 경우 산업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증시 상승이 중국 정부의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증시 활황으로 기업들에 자금이 원활하게 수혈돼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책목표를 세웠지만 개인투자자와 기업들의 투기적 거래는 중국 증시를 위험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성 자금 대출을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는 점도 중국 금융당국의 골칫거리다. 이날 경제참고보에 따르면 "인민은행이 기업들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기 위해 유동성을 풀 계획이지만 기업들의 자금이 생산활동이 아닌 다른 곳으로 몰리고 있어 고민"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 경기는 산업생산이 2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제조업 펀더멘털이 취약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앞서 발표된 5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2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50.1)보다 0.1포인트 높아진 수치지만 시장 예상치(50.3)보다는 낮았다. 5월 소비자물가나 수출입통계 수치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