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헤지펀드, 유동성부족 확산… "앞으로 더 문제" 위기 고조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신규 자금조달 막혀<br>자산 헐값매각에 '주가폭락 주범' 몰리기도<br>"이런 시장에선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



글로벌 증시를 사상 최대 호황으로 이끌던 헤지펀드들이 투자 손실, 유동성 부족, 환매 요구에 내몰리면서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에 빠졌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증시에서 영국 최대 헤지펀드 상장사인 맨 그룹의 주가는 자산 이탈과 투자 손실에 따른 실적 악화로 기업공개(IPO) 이후 가장 큰 폭인 40%나 급락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들어 53% 폭락했다. 맨 그룹의 상반기(3월 결산법인)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탈이 이어지면서 자산 규모는 지난 9월말 703억 달러에서 지난해 3월 이후 최저 수준인 610억 달러로 급감했다. 피터 클라크 최고경영자(CEO)는 "한 세대 만에 최악의 시장 상황"이라며 "이런 시장에서는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들은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신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고객들의 환매 압박이 커지고 있다. 주식과 채권, 상품자산을 가리지 않고 헐값에 내다 팔아 자금 확보에 나서고는 있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환매를 중단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더욱이 자금 확보를 위해 시장에 내놓은 매물이 증시를 하락세로 이끌면서 주가폭락의 주범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후 미 뉴욕증시가 이틀간 10% 가까이 급락한 것은 헤지펀드들의 자산 매도가 주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의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현금화하기 쉬운 주식을 먼저 대거 처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헤지펀드들의 유동성 부족 현상은 점차 업계 전체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날 환매 중단을 선언한 플래티넘 그로브 에셋 매니지먼트는 199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런 숄스 MIT 교수가 공동 설립한 헤지펀드 회사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플래티넘 그로브 컨팅전트 마스터 펀드'는 올들어 지난달 15일까지 38%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앞서 오토노미 캐피털 리서치도 대표 펀드인 12억 달러 규모의 '오토노미 캐피털 펀드'의 모든 자산을 동결하고 환매를 중단했다. 회사측은 이 펀드가 올들어 40% 이상 손실을 입고 신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결국 자산 동결을 결정했다. 고객들의 환매 요구가 잇따르면서 회사가 보유중인 현금으로 유동성을 보완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은 운영 중인 헤지펀드에 환매 압박이 거세지자 모기업에서 2억5,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헤지펀드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보다 앞으로 더욱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헤지펀드 자문사인 알파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브레드 알포드 사장은 "(업계 상황이 악화되며) 앞으로 더 많은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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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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