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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의 ‘안단테 모데라토’] (1)클럽에서 클래식 공연을 본다고?


“이제 곧 공연이 시작됩니다. 관객 여러분께서는 소지하신 휴대폰의 전원은 꺼주시고, 연주자들의 집중을 위해 악장 간 박수는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클래식 공연장에 들어서면 이내 들려오는 익숙한 멘트.

일상에서의 온갖 스트레스와 짐을 내려 놓으려는 순간, 갑자기 숨이 탁 막혀오는 느낌이다. 오히려 더욱 격식을 차리고 바로 앉아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엄숙한 공연장, 보수적인 틀에 갖혀 베를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연주자라면 그저 ‘믿고 본다’는 정형화된 클래식 공연의 룰에서 벗어나보자.


이제 젊음이의 심장인 강남 한복판의 클럽에서 클래식을 즐기자. 정해진 좌석도 없고, ‘짜여진 극본’처럼 타이밍을 맞춰 박수를 칠 필요도 없다. 클럽에서 준 무료 음료권으로 맥주 한잔을 즐기며, 그저 ‘무대아래 자유’를 만끽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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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 만나는 클래식 무대 ‘옐로 라운지(YELLOW LOUNGE)’를 서울 논현동 옥타곤 클럽에서 만났다. 클럽 DJ가 현란한 사운드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순식간에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사라진다. 오늘 무대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베를린, 빌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들로 구성된 앙상블 ‘더 필하모닉스’였다. 공연의 레퍼토리는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퓨전’이다. 이곳에서는 탱고의 대가 피아졸라,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모르더라도 교양 없는 관객으로 치부되지 않는다. 점잖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진득진득한 탱고선율에 눈과 귀를 빼앗길 새도 없이 바로 DJ들의 화려한 디제잉 퍼포먼스에 시선을 사로잡힌다. 관객들에게는 세상 어디에도 없던 ‘신선한 충격’이다. 여기가 클래식 공연장인지 클럽인지 도무지 헷갈리는 순간이다.

클래식은 고리타분하고 딱딱하다? 유럽 음악계에서는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일찍이 다양한 시도를 벌였다. 유니버설 뮤직은 2004년 독일에서 옐로 라운지를 처음 도입했다. 베를린에서는 매월 첫째주 월요일 저녁 옐로 라운지가 열렸다. 백발이 성성한 중장년층만 클래식 연주회장을 찾는 유럽의 현실에서 다양한 관객층을 만나기 위한 시도였다.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그 이후 옐로 라운지는 암스테르담과 런던 등으로 확산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최초로 옐로 라운지(YELLOW LOUNGE)가 등장했다.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 유명 기타리스트 밀로쉬가 서울 강남의 클럽에 등장해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올 10월에 열린 ‘더 필하모닉스’ 역시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더 이상 클래식 공연장의 엄숙한 공기에 주눅들 필요도, 악장 끝에 박수를 실수로 잘못 칠까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친구들과 잦은 술자리와 각종 모임의 일번지인 ‘강남’에서 매일 마시는 ‘맥주’를 즐기며 클래식의 세계로 입문해보자. 클래식의 ‘클’자도 모르는 관객들을 이제 클럽으로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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