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右往左往)`했던 올 한 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연초 노무현 정부의 출범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기대와 경기회복에 대한 희망을 한껏 부풀렸던 국민들의 가슴은 그렇게 밝지만은 못하다.
정치판은 `설상가상(雪上加霜)`이란 표현 그대로 대선자금과 정치자금을 둘러싼 공방으로 날을 지샜고,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 더욱 심화된 경제는 서민들에겐 IMF사태에 버금가는 물적ㆍ정신적 고통을 주었다.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정부의 고강도 대책은 투기꾼들이 빠져나간 빈 자리에 중산층의 한숨 소리만을 남긴 것은 아닌지.
각계각층에서 봇물처럼 쏟아진 욕구불만과 이에 따른 갈등도 아슬아슬했다. `원전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싼 정부와 지역 주민간의 갈등은 민란(民亂)`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였으며, 카드사 위기에서 보여지듯 재벌들은 여전히 국민들의 불신을 떨쳐내지 못했다.
나쁜 소식이 많았다고 기쁜 소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자릿수의 성장을 통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 준 수출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가져다 줄 희망으로 빛났으며,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넘어 일본과 유럽에까지 퍼진 `한류(韓流)`열풍은 한국과 한국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올려 놓고, 이역 땅에서 고군분투하는 동포들의 어깨까지 으쓱하게 만들었다. 구세군의 자선남비에 3,000만원이 넘는 거금을 소리없이 놓고 사라진 노신사는 우리 사회에 아직 자비와 연민의 따뜻한 정이 흐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새해엔 또다시 새로운 해가 떠오른다. 온갖 어려움과 절망의 그림자를 지워버리고 희망과 기쁨의 새 소식을 전해 줄 태양이 저 바다 밑에서 꿈틀대고 있다. 여명을 뚫고 붉게 솟아오르며 만물을 밝히는 태양은 지칠 줄 모르는 향상심(向上心)의 발로요, 굽힐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도전 정신을 상징한다. 연말연시 동해안의 각 시ㆍ군에서 개최하는 다채로운 해맞이 행사에 참가해 수평선 끝에서 솟는 찬란한 해를 바라 보면서 갑신년 새해의 새 꿈을 설계해 보자.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