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역외 투기세력 등장說…시장 뒤숭숭

■ 환율 연일 하락 990선 무너져<br>외국인 주식매수 자금수요도 하락 부추겨<br>기업 "환란전 수준으로 가나" 공포감 확산<br>정부 "공급요인만 부각된 쏠림현상" 신중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하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발(發)’ 쇼크로 촉발된 환율 급락세가 지속되면서 환시장 안팎에서는 대규모의 역외 헤지펀드가 등장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하루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러 가지 원인이 뒤섞여 있지만 연초부터 수직하강을 지속하던 원ㆍ달러 환율은 결국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일부 은행 딜링룸에는 “환율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그럴 만한 한 것이 5일 하루 동안 무려 11원20전이 급락했으며 6일 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987원까지 수직 하강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연평균 환율 953원60전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외환위기 당시 원ㆍ달러 환율 최고점(97년 12월23일 1,962원)에 비해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 급락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은 투기세력들에 의한 ‘쏠림’ 현상만 해결되면 이내 네자릿수로 다시 갈 것으로 보고 있지만 환율 급락에 대한 기업들의 공포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원화 환율 급등락을 가장 반기는 세력은 국내외 투기(스펙) 거래자들이었다. 이들은 FOMC의 의사록 공개를 매개체로 환율이 요동치자 이익을 챙기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연초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은 수출기업이 달러를 판 것보다 역외에서 외국계 투자은행이 매물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모건스탠리와 리먼브러더스를 통해 ‘팔자’세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대규모 역외 헤지펀드가 등장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거래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외국계 은행의 한 딜러는 “M은행의 뒤편으로 대규모 헤지펀드가 들어온 것 같다”며 “당국의 개입이 들어와도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는 것은 역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은행간 시장의 현물환 기준으로 일평균 외환거래량은 약 45억달러인 반면 역외NDF 거래규모는 일평균 20억~25억달러에 달하면서 국내 현물환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원화와 달러화간 NDF는 전세계 NDF 거래 통화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여기에 국내에 대기 중인 외국인들의 증시 환전자금도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일 이후 국내 증시로 유입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2,000억원가량. 실제 원ㆍ달러 환율 하락이 점쳐지면서 연초 주식시장에 대한 매수자금을 미리 환전한 외국계 투자은행들도 상당수 존재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원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역외시장에서 달러를 팔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식 관련 외국인 투자가들의 원화계정 잔액이 1조5,000억원까지 급증했다. 과거에는 원화계정에 입금된 원화가 일정 기간 후 달러로 환전돼 본국으로 송금됐지만 지금은 주식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머물며 환율상승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환투기용으로 악용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기업과 달리 세자릿수 환율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과거와 사뭇 달라졌다. 이날 오전 박승 한국은행 총재와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나 환율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환당국은 ‘의례적인 만남’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채 그 흔한 구두개입조차 하지 않았다. 권태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현재 외환시장에서는 공급요인만 부각되고 있는데 외국인이 주식을 판 것도 있고 기업들 결제수요도 많이 있다”며 “쏠림 현상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액션이 없는 구두개입은 시장을 오히려 교란시킬 뿐”이라고 밝혀 투기세력이 감지될 경우 시장 안정 차원에서 행동개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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