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보험대전] 보험사 생존테마는 `다정한 이웃'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고객 밖에 없다. 고객의 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라.」보험사 영업사원들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든 요즘, 각 보험사들이 21세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한생명을 비롯한 6개 부실 생보사가 경영난에 시달리다 못해 새 주인을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생보사들이 구조조정이란 파고를 힘겹게 헤쳐나가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내년부터 도입되는 보험료율 차등화를 앞두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요율 차등화는 보험사간 피말리는 경쟁을 격발시켜 일부 회사를 도태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결국 서비스 강화를 통한 영업력 확충만이 생존의 필요충분조건임을 각 보험사들은 절감하고 있다. 보험사들의 서비스 차별화와 생존전략 등을 특집으로 꾸민다. 삼성화재 수원센터의 백승진 주임. 그는 최근 한달동안 경기도 화성군에서 주말을 보냈다. 이 곳에 사는 초등학생 임종현군의 과외지도를 위해서였다. 백승진씨가 임군의 과외지도를 하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임군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하교길 버스에서 내리던 임군이 삼성화재 보험에 가입한 승용차에 치는 사고가 일어났고 백승진씨는 이 사고의 피해보상 담당자가 됐다. 임군의 치료가 끝날 때 쯤, 백승진씨는 부모에게 합의금을 제시했으며 임군 부모는 치료 때문에 학원에 다니지 못한 손해를 보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보험금 산정 기준에는 이와 비슷한 규정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난처해진 백주임은 결국 자신이 직접 보충학습을 해주겠다고 제안, 한달동안 임군의 가정교사가 됐다. 백씨에게 감동한 임군의 부모는 자동차 보험을 비롯한 5개의 보험을 무더기로 삼성화재에 들었다. 「소리없는 전쟁.」 보험업계는 요즘 사정을 이렇게 요약한다. 보험사간 영업전쟁이 20세기의 마지막 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각 사가 손에 든 「무기」는 철저한 서비스 차별화. 경쟁사보다 기발하고 참신한 서비스를 개발해내느라 영업기획 담당자들의 흰 머리가 늘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지 오래. 가구당 가입률이 80%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새 시장개발을 향한 보험사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있다. 발걸음이 멎는 날은 보험사의 운명이 끝을 맺는 날이기 때문이다. 『다정한 이웃이 돼야 살아남는다. 「누가 고객과 친근해지는가」가 21세기 보험산업의 판도를 가를 것이다. 지금은 준비기간이다. 남들보다 먼저 거듭나야 2000년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 한 보험사 영업담당 임원의 말이다. 한국생명 인왕영업소의 이정자 팀장은 평소 친동기처럼 사귀었던 고객들로부터 「이웃의 정」을 듬뿍 돌려받은 사례. 지난해초 남편이 갑작스럽게 뇌세포 감소증이란 희귀병에 걸려 장애인이 되자 소식을 들은 고객들이 꼬리를 물고 새 가입자를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월 수입이 700만원을 넘게 돼 남편 치료비와 자녀 교육비 걱정을 덜게 됐다. 손해보험사들은 서둘러 「24시간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사고는 보험사 직원들이 퇴근한 뒤 한밤중에도 나기 마련이다. 고객이 부른다면 언제, 어느 곳이라도 달려간다는 것이 손보사들의 새로운 각오. 지난 90년대 중반 손보사들이 잇달아 도입하면서 각광을 받았던 자동차 보험 가입자에 대한 긴급 견인 서비스나 비상급유, 열쇠잠금장치 해제 서비스 등은 이제 보편화된 지 오래다. 「항상 깨어있는 보험사」의 원조는 영국. 영국에 가면 「바퀴달린 빨간 전화」광고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다이렉트 라인(DIRECT LINE)이라는 보험사의 트레이드 마크다. 지난 85년 뒤늦게 설립됐지만, 24시간 서비스라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 10년만에 시장점유율 1위 회사로 우뚝 섰다. 생명보험사들도 고객에 대한 서비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고객이 납입한 보험료에 점수를 매겨, 누적점수에 따라 항공권이나 상품권 등 마일리지 상품을 주는가 하면 납입일까지 보험료가 들어오지 않을 경우 1회분에 한해 대신 지급, 효력상실을 막아주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치고 있다. 생보사의 얼굴은 영업의 최일선에서 고객과 접하는 설계사들. 이들의 서비스가 회사의 생사를 결정짓는 중대사안으로 이어진다. 할머니 설계사로부터 신출내기 고졸 여성에 이르기까지 「이웃집 아낙」같은 친근함을 들이밀며 고객 사이를 누비고 있다. 이같은 서비스도 모자라 아예 핫라인을 열어 놓고 고객과의 접속을 시도하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다. 보험회사들을 상대하는 대한재보험조차 「고객만족 경영」을 선언하며 고객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재보험은 화재보험의 위험구분 세분화를 추진하는 한편 인터넷을 통해 신속하게 요율을 제시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 고객사들의 부름에 응답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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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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