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강칼럼] 노인의학과 삶의 질

미국의 어떤 노부부가 치매초기 증상을 보였고, 점차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부부는 자신들이 치매로 받을 고통과 그로인해 자손들이 당할 괴로움을 생각해서 자신들의 치료비를 자손들의 삶에 보태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살했다.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고통스러운 생명연장보다 행복한 죽음을 선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괴로워도 좋으니 오래 살겠다는 원초적인 욕구를 가진다. 의학이 발전할수록 수명이 연장되는 이유는 이런 욕망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세기 초의 인구문제이 핵심은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에는 65세이상의 노인이 전체인구의 약12%(약6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전체인구 가운데 타인의 경제활동에 힘입어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앞으로는 젊었을 때 스스로 비축한 자금으로 독립해서 사는 노인이 많아진다고 하지만 사회전체로 볼 때에는 결국은 생산성이 있는 사람이 이들을 부양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의 노인은 단순히 오래 살기만을 원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노인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건강이다. 그래서 노인의 생복한 삶을 위해서는 많은 의료비가 필요하다. 노인이 많은 국가일수록 의료비의 증가는 기하급수적이다. 여기서 생각할 것이 한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노인인구의 상한선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이다. 단순히 생명만 유지하는 경우, 그래도 건강하지는 못해도 병은 없이 살게 하는 경우, 또는 병이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살게 하는 경우, 이들 각각의 경우마다 필요한 돈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노인의료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이 문제이다. 건강한 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노인들의 삶의 질은 노인들에게 투입되는 돈의 양에 비례한다. 그런데 투입할 돈은 모자라는데 노인은 늘어난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바로 코앞에 닥친 문제다. 이런 문제를 위한 논의의 한쪽 끝에 「위엄있는 삶과 죽음」이란 탈을 쓴 「안락사의 법제화」란 악마의 복병이 숨어 있다.(02)3410-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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