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슬럼프에 빠져 있는 미국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경기 부진의 원흉으로 지목되었던 투자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고용시장도 안정을 보이고 있다. 뉴욕 증권시장은 이라크 전쟁이 시작된 직후부터 상승세를 지속해 이른바 황소장세(bull market)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 2ㆍ4분기에 2.4% 성장, 1ㆍ4분기의 1.6%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경제 회복 과정에서 그동안 투자했던 경기 부양책의 재원들이 역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시장 금리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6월말 단기금리를 1%로 떨어뜨린 다음날부터 뉴욕 금융시장에서 채권금리가 급등했다. 한때 3.07%까지 하락했던 10년만기 국채(TB) 수익률은 4.6%까지 치솟아 한달 반 사이에 무려 1.5% 포인트 가량 급상승했다. 시장 금리 상승은 미국 경제 회복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기업들이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 자금을 조달할 때 코스트가 높아지며 융자를 받아 집을 산 사람들의 금융비용이 커진다. 지난 2년간 주식시장이 붕괴하면서 미국인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개인 소득을 보충했고, 주택 재금융을 통해 얻어진 이득을 소비로 연결했지만, 이제 그 역의 순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미국의 기존주택 거래량은 전월대비 5%, 전년 동기대비 13.8% 급증했다. 모기지 이자율이 바닥을 쳤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집을 사고 파는 마지막 기화라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미국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여름을 계기로 주택시장이 정점에 이르고, 이제 서서히 가라앉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부시 행정부가 경기 부양의 방안으로 밀어부친 감세 정책으로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주지사를 재선거한 이유도 재정 부실에서 나왔듯이 미국은 경기가 회복된 후에도 장기적으로 연방정부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김대중 정부 말기 2년 동안 경기 진작 차원에서 크레딧 카드시장의 규제를 풀었었다. 그러나 올들어 소비 시장의 거품이 꺾이면서 올들어 경기침체에 돌입했다. 경기 부양책은 경기를 완만하게 가라앉는 역할을 하지만, 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된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김인영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