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가짜 장애인

죽은 시늉을 하거나 미친 척 함으로서 어려운 고비를 넘긴 얘기는 동서고금을 통해 수 없이 많다. 그 중에는 감동적인 것도 있다. 예컨대 나라를 잃고 2천년 가까운 유랑의 세월을 보내면서도 민족의 동질성(identity)을 잃지 않고 마침내 이스라엘을 건국한 유대민족의 경우 그 끈기와 힘의 원천이 교육에 있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 그들이 유대 특유의 교육방식을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에도 그 같은 일화가 있다. 기원 70년 예루살렘 성이 로마군에 포위되어 낙성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 이름 높은 학자였던 라비 요하난은 망국의 운명을 내다보고 유대의 종교와 정신을 후손에 물려주기 위한 교육만은 지켜야겠다고 생각, 로마군과의 타협을 모색했다. 그러나 당시 예루살렘은 강경파가 지배하고 있어 성을 나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요하난은 자신이 죽었다고 소문을 내게 하고 관에 들어가 성문을 탈출, 로마군 사령관 티투스를 찾아가 "당신은 로마 황제가 될 것"이라고 추켜세우며 "유대국을 멸망시키더라도 학교만은 없애지 말아 달라"고 부탁, 기분이 좋아진 그로부터 승낙을 얻었다. 그런데 그 후 티투스는 실제로 로마 황제가 되었고 요하난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다. 중국에도 전국시대 제(齊)나라 군사(軍師)로 이름을 날린 손빈이 젊었을 때 위(魏)나라에 벼슬을 얻으러 갔다가 믿었던 친구의 모략에 빠져 무릎 뼈를 잘리는 형벌을 받고 생명까지 잃을 뻔했는데 미친 사람의 흉내를 내 겨우 본국으로 빠져 나왔다는 고사가 있다. 듀마 원작의 몬테 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소설에도 시체를 가장해 감옥에서 탈출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죽은 시늉을 하거나 정신병자 행세까지는 아니더라도 가짜 장애인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것도 무슨 절박한 상황에 몰리거나 위기관리 차원에서 벌이는 흉내가 아니라 장애인에게 허용되는 크지도 않은 사회적 편의, 예컨대 주차할 때의 우대조치라던가 고속도로통행료 할인 등 얄팍한 혜택을 노린 가짜라는 보도다. 어느 사회에나 파렴치한 인간은 있게 마련이지만 이런 가짜 장애인이 수 천명이나 적발 됐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신성순(언론인)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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