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투기는 잡고 경기는 살리자

윤종열 <부동산부장>

부동산시장에 모처럼 봄볕이 들고 있다. 한여름 햇살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시장의 방향을 변화시킬 만한 강력한 정책들이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만은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킬 것”이라고 강조한 후 많은 사람들이 향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도 강경하다고 말할 수 있다. 부동산 투기사범을 뿌리 뽑기 위해 정권출범 초기부터 대대적인 단속과 함께 메가톤급 부동산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종합부동산세, 재건축개발이익 환수, 부동산실거래가 신고, 주택가격공시제도 등 각종 개혁법안들이 이미 마련됐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들 정책들은 부동산시장에서 먹혀들어 참여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고공행진을 보이던 집값을 어느 정도 안정세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투기세력도 상당 부분 근절시켰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부동산시장이 미미하나마 꿈틀거리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변화되고 있는 모습만큼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것 같다. 예전에는 투기세력이 주도적으로 부동산시장을 이끌어왔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다.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돼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시장이 과거처럼 묻지마식 투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아파트 미분양은 눈덩이처럼 불어만 갔고, 부동산 거래는 완전히 두절상태에 있었다. 가수요자는 물론 실수요자들까지 부동산시장에서 한걸음 떨어져 관망 자세로 일관해왔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지표들은 좋아지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1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6만7,353가구로 지난해 말의 6만9,133가구에 비해 2.6% 감소했다. 미분양 아파트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섰기 때문이 아닌지 싶다. 정부의 ‘2ㆍ17 부동산 투기억제책’발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분양권이 오른 것도 이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인 한 요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 거래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월 전국 아파트 거래건수는 6만7,700여건으로 지난해 1월(4만6,700여건)에 비해 45% 증가했다. 참여정부 들어서 꽁꽁 얼어붙었던 아파트 분양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문을 연 견본주택에는 인파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서서히 바뀔 징조라 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 지역 재건축 가격도 심상찮다. 특히 서울 한강변에 35층 규모의 초고층아파트 재건축이 허용될 예정이어서 이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격상승은 또다시 요동칠 것이 뻔하다. 주택건설 실적 역시 평년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1월 중 전국 주택건설 실적은 총 3만48가구로, 지난해 동기의 1만4,358가구에 비해 109%나 증가했다. 경매시장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법원 경매시장에 4만명이 넘는 입찰자가 몰리면서 4년간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전국 법원 경매시장에서 낙찰된 물건 1만1,628건에 총 4만948명이 응찰해 평균 3.5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부동산시장에 새로운 관심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분양이 줄고 건축허가 및 주택건설 물량이 평년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것은 올해 주택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징후가 보인다고 해서 정부가 또다시 인위적인 방법을 동원해 부동산시장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 부동산 투기꾼들은 시장에서 발을 못 부치게 해야 한다. 그러나 실수요자 위주의 부동산 경기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 부동산시장이 좀 살아난다고 해서 실수요자들까지 발목을 잡는 정책을 써서는 곤란하다. 노 대통령도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잡고 건설경기는 반드시 살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의 이 말이 시장에서 꼭 지켜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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