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태우 포항공대 교수

빛 내는 벽지로 실내 조명시대 열린다<br>휘어지는 초고효율 OLED 개발<br>그래핀 면저항 등 개선… 발광효율 100배 이상 높여<br>태양전지·광 감지 소자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기대

이태우(오른쪽)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실험실 관계자들이 플렉시블 OLED 제조를 위한 그래핀 전극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텍


"벽지와 커튼이 수 만가지 빛을 내 형광등처럼 밝게 해주는 시대가 곧 올 겁니다. 최고 발광효율을 내는 플렉시블(Flexible)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 정도면 상용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ㆍ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7월 수상자로 선정된 이태우 포항공대(POSTECH)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최근 자주 보도되고 있는 두루마리 휴대폰 개발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항상 새로운 희망이 돼준 연구실 학생들에게 감사 드린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디스플레이인 액정표시장치(LCD)와 OLED 등은 딱딱한 성질의 평판 디스플레이다. 이러한 디스플레이의 전자소자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투명전극은 유리와 유사한 '인듐주석 산화물(ITO)'이다. 인듐주석 산화물은 낮은 면저항과 높은 투명도를 띠고 있는데다 인듐이라는 원재료가 매우 희귀해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또 ITO는 쉽게 부서지는 특성을 갖고 있어 차세대 전자소자의 발전 방향이라 할 수 있는 유연성 면에서 한계를 보인다.

이 교수팀은 그래핀을 활용해 기존 ITO 투명 전극에 비해 우수한 특성을 나타내는 최고 발광효율의 플렉시블 OLED를 개발해냈다. 기존 그래핀 전극을 활용한 OLED의 경우 ITO보다 현저히 낮은 발광 효율을 보였다. 이는 그래핀 고유의 낮은 일함수(1개의 전자를 금속이나 반도체 표면에서 외부로 추출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에너지)와 높은 면저항을 극복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교수팀은 일함수를 높이기 위해 작용하는 물질의 농도를 조절해 일함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또 면저항을 낮추기 위해 그래핀을 4층까지 쌓고 여러 종류의 도펀트(반도체의 전기전도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입하는 불순물로 그래핀 면저항을 낮춰 전기 전도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물질)를 사용해 전기전도도까지 높였다. 이로 인해 기존 1lm/W(단위전력 1W당 방출되는 광량) 이하의 낮은 발광효율을 100배 이상의 102.7lm/W까지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기술은 그래핀을 이용한 벽지나 커튼으로 조명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색상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OLED에 사용되는 유기물은 분자구조를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수 만가지 이상의 색을 낼 수 있어서다.


OLED 시장 규모도 폭발적 성장세에 있어 산업적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시장조사업체인 유비산업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OLED 발광재료 시장은 약 4,737억원(4억1,700만달러)으로 지난해 3,692억원(3억2,500만달러)에 비해 29%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2017년에는 1조2,440억원(10억9,500만달러)으로 커지고 2020년에는 1조7,586억원(15억4,800만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이 교수 연구 성과는 경제성과 시장성 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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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학계와 산업계는 연구결과가 OLED뿐만 아니라 태양전지ㆍ광 감지 소자ㆍ광 변색 소자ㆍ트랜지스터ㆍ유기센서 등에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그래핀 전극 기반의 OLED 원천 기술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핵심 기술로 응용될 수 있어 국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 이 교수는 수상을 계기로 과학자의 길을 가려는 후배들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한다는 점에서 과학자는 다른 직업에 비해 즐거움이 큰 것 같다"며 "하고 싶은 연구를 해서 즐거움을 찾으면 과학자로서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또 "현재 하고 있는 일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해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 교수 자신이 플렉시블 유기 전자소자 연구에 무려 16년을 몰두한 경험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이 교수의 플렉시블 OLED 분야 연구는 학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아왔다.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2008년 이 교수는 만 33세의 나이에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핵심기술 연구 내용을 인정받아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주관하는 대통령상인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당시 최연소이자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로서는 최초의 수상이다.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수상 직전에도 이 교수는 입는 컴퓨터 개발 가능성에 도전해 성과를 냈다.

이 교수는 최근 3년 동안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013)'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2012)'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2012)' '앙케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2011)' 등의 권위 있는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현재까지 105편의 과학인용색인(SCI급) 논문 발표 실적을 갖고 있다. 논문 피인용 횟수도 2,036회에 달한다.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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