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Q&A로 본 전문가 경기진단] Q. 대외여건 개선되고 있나 外


"하나의 경기상황을 놓고 어떻게 이렇게 시각이 다를 수가 있을까요. 한국은행은 화성인, 정부는 금성인이라도 된답니까."

한 대형 투자은행 간부가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했던 경제전망 수정자료를 접한 뒤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밝힌 하마평이다. 올해의 경기여건과 향후 흐름을 놓고 정부와 한은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정부는 아직까지는 우리 경제가 부진하다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면 한은은 경기회복에 무게를 두고 있어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정부와 한은이 각각 최근 발표한 주요 경기진단의 4대 쟁점을 짚어보고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들어봤다. 정부의 시각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각각 발표한 '박근혜 정부 2013년 경제정책방향' '그린북 4월호'를 기준으로 삼았다.

Q. 대외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한가, 아니면 개선되고 있나.
미·중 기지개…유로존 다시 흔들… 글로벌 경제 아직 안갯속


A. 현재 정부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국 경기에 대한 시각차이가 확연하다. 정부는 중국 경제에 대해 "회복 모멘텀 약화 우려가 증대된다"고 밝혔는데 한은은 "성장세 확대"를 점쳤다. 일본을 두고서도 정부는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다"고 했지만 한은은 "부진에서 벗어나 회복세"라고 진단했다. 미국과 유럽에 대해서도 약간의 해석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은 세계 경제의 안개가 여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8일 '경제동향 4월호'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실물지표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으나 유로존의 재정위기 관련 불확실성은 다소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유로 지역에서는 경기 적신호가 꺼지지 않고 있다. 2월을 기준으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0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밑돌았고 실업률도 최고치(12.0%)에 달했다. 일본에서도 2월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되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부동산시장 규제 등이 경기회복세에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

Q. 내수ㆍ투자는 청신호인가, 적신호인가.
부동산·가계빚 문제 겹쳐 안심 일러



A. 정부는 대체로 적신호를, 한은은 청신호를 켜고 있다. 우선 경기 향방의 키를 쥐고 있는 민간소비에 대해 정부는 "단기간에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완만하게 (민간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각을 세운 상태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에 대해서도 한은은 각각 '점차 회복' '완만한 개선'을 전망했으나 정부는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 "선행지표 부진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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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는 내수ㆍ투자 전망에 대해 아직은 낙관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아직은 부동산 경기가 부진하고 가계부채 문제가 겹쳐 있어 민간소비가 금세 개선되기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며 "투자 역시 건설업계의 기성 물량이 최악이고 설비투자는 기업들이 경제민주화 등의 영향으로 움츠리고 있다는 점이 제약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Q. 고용률 전망은 똑같은데 왜 취업자 수 예측은 다른가.
베이비부머 반영여부 따라 증감 차이


A. 고용 전망을 놓고 정부와 한은은 이상한 관측을 내놓았다. 양측 모두 올해 고용률은 59.4%로 내다보고 있으며 실업률도 비슷(정부 3.4% 안팎, 한은 3.4%)한데 정작 취업자 수 증가폭은 3만명이나 달리 전망했다. 정부는 당초 35만명으로 예견했던 올해의 취업자 수 증가폭을 최근 25만명으로 축소했는데 한은은 28만명 증가할 것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는 베이비부머 등의 영향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영했느냐의 차이라는 게 양측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한 국내에서는 현재 취업자 증감폭이 약 5만명은 넘어야 고용률이 유의미하게 움직이는데 3만명은 이를 밑돌므로 고용률에 영향을 못 미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기술적 분석차이로 보기에 3만명은 간과하기 어려운 규모다. 대형 투자은행의 한 간부는 "25만명이든 28만명이든 어차피 모두 연간 30만명을 하회한다는 점에서는 같을지 모르지만 20만명 중반대와 20만명 후반대는 경제주체들에게 심리적으로 미치는 느낌은 다르다"며 "아무래도 고용에 대해 한은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자세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Q. 결국 현재의 경기는 부진한가, 회복세인가.
내수·수출 제자리… 봄기운 멀었다


A. 경기진단에 대한 한은과 정부의 주요 쟁점들을 살펴보면 아직은 경기회복세를 전망하기는 이르다는 게 경제계와 연구기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내수와 수출 모두 더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뾰족한 수직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한은은 하반기에 3%대 성장이 실현되므로 회복세라고 볼지 모르지만 연간으로 봐서는 성장률이 2%대인데 상식적으로 회복이라는 분석을 어떻게 내놓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기준금리 동결의 명분을 찾기 위한 자가당착이라는 느낌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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