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외통부는 양치기 소년?

한미FTA 1차 추가협상이 끝난 지난 22일. 김종훈 한미FTA 수석대표는 브리핑에서 ‘30일 이전에 협상이 종료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추가협상을)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한미FTA의 서명과 추가협상을 분리할 수도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었지만 한미FTA를 취재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정부 측 주장을 액면그대로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김대표에 앞서 진행됐던 웬디 커틀러 미국 대표의 브리핑에서 ‘뭔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었다. 커틀러 대표는 “서명하는 30일 이전에 추가협상이 마무리되길 바란다. 30일까지는 한 주밖에 남지 않았다. 확고한 의지가 있으면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김 수석 대표의 브리핑에는 질문이 ‘30일 이전 협상 종료’ 여부에 쏠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브리핑에서 시종일관 조기 타결 가능성을 부인했다. 심지어 쏟아지는 비슷한 질문이 지겹기라도 한 듯 “그 이야기는 아까도 했습니다”는 답변까지 나왔다. 그런 정부가 돌연 1차 추가협상이 끝난 지 3일밖에 지나지 않은 25일, 한미FTA협상의 수장인 김현종 본부장을 미국으로 급파했다. 2차 추가협상을 미국측과 갖겠다는 것이다. 국회에 한미FTA추가협상을 보고했던 김 대표의 발언이 어느새 180도 달라졌다. 김 대표는 국회에서 김 본부장의 출국 등을 설명하면서 “(서명과 추가협상이 분리될 경우)미국 의회 내에서 여러 가지 다른 형태의 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부담이 있고 그 경우 좋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추가협상 과정의 속내를 그때서야 드러냈다. 김 본부장의 돌연 출국은 ‘관계 부처간 충분한 협의’를 거친 뒤 결정한다는 그동안의 정부주장도 뒤집는다. 김 수석대표는 22일 브리핑에서 ‘국회 보고(25일) 이전에 정부의 의견이 결정되는 것인가’라는 질의에 “주말에 관련 부처간 회동할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의 말이 맞다면 주말에 관계 부처간 회의는 없었다. 2차 추가협상은 외교통상부 독자적으로 결정한 뒤 월요일(25일)에 국회보고와 동시에 김현종 본부장은 미국행 비행기를 탔던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하겠다’는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 다만 ‘양치기 소년’이 돼 버린 외통부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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