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차의 인니 진출(사설)

온갖 우울한 얘기들로 가득한 때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들려온 기아의 인도네시아 국민차공장 기공식 소식은 가뭄끝의 단비같이 시원했다.우리나라 산업중 특히 자동차 산업은 국내 공급과잉으로 해외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할 형편이다. 이미 대우자동차가 그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올들어 해외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아자동차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첫째, 21세기미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선점한다는 의미가 있다. 둘째,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 한국차의 명성을 높인 점이다. 셋째는 합작업체 선정을 전후해 일본과 유럽연합 등이 연합해 집요하게 시도한 방해공작과 세계무역기구(WTO)고발 등 시련을 이겨낸 기아의 저력이다. 내년 9월까지 1차생산규모 7만대, 2000년까지 최종 생산규모 12만대라고 하지만 기아는 이같은 생산목표를 뛰어넘는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이 공장이 성공할 경우 기아는 필리핀 인도 등을 생산 및 부품시장의 거점으로 삼아 아시아지형에 맞는 「아시아 차」를 개발한다는 의욕에 차 있다. 기아라는 글자 뜻처럼 「아시아를 일으키는」기업으로 발돋움 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은 수하르토 대통령의 강한 집념의 소산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선진국 자동차회사들의 인색한 기술이전에 대해 큰 반감을 지녀왔고, 그것이 기아를 선택하게 된 배경중의 하나로 알려지고 있다. 80년대말 기술제휴관계에 있는 일본 마쓰다의 한 기술고문으로부터 「기아의 기술로 만든 차가 수출될 수 있을까」라는 치욕적인 말을 듣고 이를 액자에 담아 기술연구소에 교훈용으로 걸어놓은 회사가 기아다. 기아의 그같은 기술개발정신을 수하르토 대통령도 높이 평가했다는 것이다. 기아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앞으로 3년안에 인도네시아에 대해 생산자급률 60%를 달성시켜야 하는 등 극복해야할 과제가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인도네시아 국민이 원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차사업이 수하르토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리더십에 의해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정치상황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소지가 있다. 따라서 수하르토 이후까지를 내다보는 긴안목에서 신뢰와 성실, 상호이익을 바탕으로 사업을 성공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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