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깨진 철밥통신화] 관가(관가)가 술렁인다

 - 깨진 철밥통신화… '空職 공포증' 확산 -관가(官街)가 어수선하다. 직제개편에 따른 후속인사와 정치장관의 교체 등으로 일손을 놓다시피하고 있다. 서넛만 모이면 「자리보전」과 「이동」에 관한 얘기들 뿐이다. 특히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서기관과 사무관들은 이번 기회에 민간기업체로 자리를 옮기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자칫 행정공백조차 우려될 정도다. 당장 정부조직 개편안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 공포되면 곧바로 신설되거나 폐지되는 직책의 4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인사가 단행될 예정이어서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살아남기 위한 줄서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경제부처가 몰려있는 과천청사의 한 국장급 인사는 『공무원 사기진작을 위해 대대적인 내부승진과 발탁인사 소문이 들려오지만 당장 이달말 인사에서 보직을 받지못하면 「용퇴」하라는 뜻이 아니겠느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부처에서는 퇴출대상과 관련해 국장급은 44년생이상, 과장급은 46년생이상, 사무관급은 47~48년생이상이라는 식의 근거없는 소문이 나돌며 「고참」들의 퇴진을 유도하고 있다. 이 부처의 한 사무관은 과(課)단위의 회식에서 취중에 『퇴출은 나이순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느냐』고 말해 분위기가 일순간 냉랭했다고 한다. 퇴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조직 내부간의 갈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본부 41명 등 총129명을 감축해야 하는 건설교통부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올리는 「토론방」을 인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잠정 폐쇄했다. 인사와 퇴출을 앞두고 누가 나가야 한다든지, 왜 나가야 하는지 등 특정인사에 대한 인신공격성 글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열린마당」을 운영하는 행자부 인터넷사이트도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무색케할 정도로 원색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거나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올라오고 있다. 각 부처 총무과는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조직개편에 따른 후속인사는 물론 퇴출공무원 선정기준과 방법 등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밤잠을 설친다는 경제부처 한 총무과장은 『공직생활 근 20년동안 이처럼 어려운 때를 맞기는 처음』이라면서 『전체를 위해 또다시 냉혈한이 돼야 하는 처지가 서글프다』고 토로했다.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 등 두 부처가 최근 합쳐진 부처의 경우 통폐합되는 국장과 과장자리를 어느쪽 출신이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보이지 않는 알력도 일고 있다. 이번 직제개편으로 자리가 없어지는 한 부처 공보담당관은 『보직받기가 쉽지 않을 것같아 대기발령을 각오하고 있다』며 『컴퓨터와 외국어학원에 등록할 생각이다』고 한숨지었다. 인사회오리는 비단 정부부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각 부처 산하기관 상근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장급 이상이 「용퇴」할 경우 임기가 거의 찬 사람들은 자리를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페지되는 부서에 근무하거나 나이 많은 공무원중에는 일을 접어두고 관련 협회나 산하기관 등에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어쨋든 직제개편으로 「철밥통」의 신화가 깨진 공무원사회는 후속인사 및 퇴출 태풍으로 적지않은 진통과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권구찬 기자 CHANS@ 오현환 기자 HHOH@ 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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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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