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UBS와 국내 시중은행

지난해 12월 중순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에 있는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의 트레이딩룸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하루에 무려 1조달러의 투자자금이 거래되는 곳으로 단일 트레이딩 룸으로는 세계 최대다. 하버드ㆍ예일 등 아이비리그 출신은 물론 세계 각국의 우수한 금융 인재들이 몰려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심장부 역할을 하고 있다. 축구경기장 2개를 합친 것보다도 넓은 방에서 1,700명의 전문 트레이더들이 주식과 채권ㆍ선물ㆍ옵션ㆍ환율 등 금융상품을 거래한다. 하루에만 37만건의 금융거래가 이뤄지는데 미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TB)의 10% 가량이 이곳에서 매매된다. 골드만삭스ㆍ메릴린치ㆍ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움직이는 다른 투자은행(IB)도 마찬가지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이들의 트레이딩룸을 방문하면 규모와 인적구성, 해외진출 현황, 취급상품, 리스크 관리기법 등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들은 막강한 정보력과 상품운영, 리스크관리 능력을 기반으로 국제적으로 추진되는 기업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 수수료를 받아 챙기고 직접 글로벌 기업에 지분을 투자해 수익을 얻는다. 20세기 초에는 대포로 상징되는 군사력이 제국주의의 첨병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경제적 제국주의 전사로서 유가증권 투자와 M&A를 활용, 국부(國富)를 창출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은 국가와 국경을 넘나들며 자금 이동을 시작했는데 국내 은행들의 발걸음과 준비작업은 답답하기만 하다. 신한은행ㆍ국민은행ㆍ우리은행 등 국내 대형 은행들의 비(非)이자수익은 13%에 지나지 않는다. 파생상품 개발과 투자,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비이자 수익비중이 45%에 달하는 글로벌 투자은행과는 천양지차다. 국내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펀드판매 등 ‘우물 안 사업’에 집중하며 안전한 수익을 올리는 데만 급급했던 탓이다. 국내 은행 점포 앞을 지날 때마다 코네티컷에 있는 UBS의 트레이딩 룸이 자꾸만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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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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