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천국을 만들자/2부] 5.금융,산업지원자 역할해야

국가 금융경쟁력 낮아 간판 기업 삼성전자도 신용등급 BBB+ 그쳐"한ㆍ일국교 정상화로 일본으로부터 5억달러의 청구권 자금을 받았는데 이 자금을 활용한 가장 상징적인 사업이 바로 포항제철 건설이다. 이 사업에는 7,370만달러나 되는 청구권자금이 들어갔다. 그래서 포철은 애국선열들이 광복을 위해 뿌린 피의 대가로 만들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71~79년 청와대 경제제2수석비서관으로 일하며 우리 산업구조의 밑그림을 그려낸 오원철씨는 저서 '한국형경제건설' 에서 포철의 의미를 이렇게 규정하며 "이런 민족기업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우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의 역사적 사명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포철은 오씨의 희망처럼 매출액 11조6,920억원에 순이익 1조6,370억원(2000년말 기준)의 세계 최대제철소로 자리매김했다. 포철의 사례는 일류기업을 만드는데 있어 '돈'의 필요성과 돈도 적재적소에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이와 반대로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사례를 보면 국가의 금융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설명해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4조2,838억원의 매출에 무려 6조145억원의 순이익을 올릴 정도로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S&P, 무디스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매기고 있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D~BB급)을 겨우 벗어난 BBB+.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최하위 단계가 BBB인데 여기에 플러스만 하나 더 붙었다. 신용등급이란 '이 회사가 꾼 돈을 제대로 갚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대해 신용평가기관이 매기는 일종의 '학점'이라 할 수 있는데 순이익만 6조원이 넘는 삼성전자로선 '억울한 일'이다. 삼성전자가 이 정도의 신용등급에 머물러야 하는 것은 어떤 기업도 해당국가 신용등급을 벗어날 수 없다는 국제적인 관례 때문이다. S&P나 무디스가 외환위기후 우리나라에 매기고 있는 국가 신용등급이 BBB+이기 때문에 어쩔 수없이 실제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은 "국가신용등급을 결정하는 핵심은 해당국가 금융기관의 건전도"(금융감독원 이태규 국장)"라는 설명이 곁들여지면 더욱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실력있는 우리기업들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저평가를 받는 것은 우리 금융산업 경쟁력이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년 주요국가 국가경쟁력을 발표해온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올해 매긴 우리나라 금융산업경쟁력은 47개국가운데 하위권인 34위.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45위에서 수직상승했지만 한국전체 국가경쟁력이 2년 연속 28위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낙후성이 드러난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나 금융회사, 기업은 국제자본시장에서 그만큼 높은 금리로 돈을 조달해야 돼 저금리로 융통해가는 외국은행이나 기업에 비해 출발부터 '고(高)금융비용'이라는 핸디캡을 안고 경쟁에 들어가야 된다는데 있다. 그렇다보니 경쟁력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현재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 평화ㆍ제주ㆍ경남ㆍ광주ㆍ한빛은행을 묶는 우리금융지주회사, 신한금융지주회사 등이 거론되는 것도 우량은행, 대형은행이 있어야만 이런 메커니즘속에 갖힌 우리현실을 깰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세계수준 금융기관의 우산아래 우리 기업들이 국제금융시장 환경을 맘껏 이용하며 산업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함께 커나가야 할 은행과 기업 사이의 불협화음이 IMF후 여태껏 해소되지 않고있다. 기업 자금담당자들은 은행들이 기업을 외면하고, 안전한 가계대출이나 국채투자등 안전자산위주 운영에 집착, 기업자금 경색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금 은행들은 금융회사가 아니라 전당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기업금융은 꺼리고 아파트 담보 대출에만 치중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비아냥이다. IMF후 집중적으로 발행됐던 회사채중 올해 만기도래 물량은 54조3,240억원. 이중 투기등급 15조8,000억원을 포함해 25조원 가량이 제대로 상환되기 힘들 것(부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기업과 은행의 현실이 절박하다지만 자기만 살겠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의 이기주의가 지속된다면 모두가 공멸할 수 밖에 없다. 서로가 지원자 역할을 해야 모두가 살아남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 일변도의 금융에서 벗어나 주식ㆍ채권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기업과 금융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깨져버린 은행불사(銀行不死)신화를 지켜봐온 은행에게 과거와 같은 자금파이프 역할을 기대하거나 강요해선 안되고 간접시장 활성화에서 우리기업과 금융산업의 밝은 미래를 찾아내야 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간접시장의 활성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특별취재팀 이현우 산업부장(팀장), 정문재.고진갑.권구찬.최형욱.정승량.조충제.고광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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