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3%대 저성장 장기화 우려속 "경기 악화땐 추경 편성" 공식화

내년 경제정책 방향<br>수출·내수 모두 활력 잃고 경기둔화 분위기<br>朴재정 '2013년 균형재정' 포기 가능성 밝혀<br>예산중 60% 상반기 투입… 부양 카드 쓸 수도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오는 2012년 경제정책방향 보고회에 참석해 안건을 보고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보고회에서 이탈리아까지 문제가 되면 해결에 시간이 걸리고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럽 재정위기 해법이 가닥을 잡지 못하고 혼돈에 빠지는 상황이 오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같은 적극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 도중 던진 발언이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은 그동안 적자를 면하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재정을 2년 후부터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대전제를 기초로 짰다. 하지만 박 장관이 해당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2013년 균형재정 달성론'을 허물 수도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이 그만큼 심상치 않은 수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 사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데 주요 해외 시장은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소폭 둔화해 한국의 수출과 수입 증가율도 올해 각각 19.2%, 23.2%에서 한 자릿수인 7.4%, 8.4%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294억달러였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250억달러로 떨어지고 내년에는 160억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자 증가 수는 올해 40만명에서 내년 28만명으로 축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경제의 또 다른 성장 바퀴인 내수경기 역시 활기를 잃어가기는 마찬가지다. 가계가 90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의 덫에 빠진 가운데 청년 등을 중심으로 심화된 취업난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소비자물가마저 고공행진을 하면서 소비 활동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도 이제는 우리나라의 경기둔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12일 내놓은 '2012년 경제전망' 자료에서 "올해 2ㆍ4분기 이후 성장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며 내년도 경제성장률(GDP 기준)을 3.7%로 내다봤다. 이는 정부가 최근 밝힌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3.8%보다 0.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2년 연속 3%대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저성장 국면에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경기가 하반기부터는 호전되는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내년 예산 중 60%를 상반기에 쏟아 넣을 계획이다. 일단 내년도 예산안은 2013년 균형재정을 목표로 짠 탓에 큰 틀에서 재정을 확대하지 못하는 만큼 한정된 재원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차선책이라도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유럽발 재정위기 등 리스크 요인이 내년 상반기 중 누그러질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기획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 우리는 남유럽발 재정위기에 정신을 쏟고 있지만 해외 투자은행(IB)은 동유럽발 위기를 예견하고 있어 유럽 문제가 내년 상반기 중 풀릴 것으로 낙관하기 쉽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에도 우리나라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이미 외국계 IB 일각에서는 유럽발 재정위기를 경고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박 장관이 만약의 경우 추경 예산을 편성할 수 있음을 밝힌 것도 단순히 예산 조기집행만으로는 경기둔화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내년 하반기에도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본격적인 경기 부양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가계부채 문제와 물가 억제 사이의 딜레마로 환율 대응도, 금리 정책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따라서 경기둔화가 한층 심화되면 재정을 쏟아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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