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민자사업 살리는 길


민자제도가 1994년에 도입된 후 현재까지 631개의 민자사업이 추진됐다. 초창기에는 도로와 철도 같은 교통시설이 중심을 이뤘지만 최근에는 학교, 복지 및 문화시설, 군시설, 하수관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자사업이 추진된다. 정부는 대선 공약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4년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11조6,000억원 삭감하는 대신 수익성이 있고 수익자 부담이 가능한 SOC 사업에 대해 민자사업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책 일관성·수익성 보장이 관건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민자사업이 당장의 재정 지출은 줄여주지만 장기적으로 민간에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재정사업에 비해 국민에게 더 부담을 주는 방식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가 폐지됐으며 민자도로 통행료도 도로공사와 비슷해지는 등 민자사업의 사업 환경이 많이 변화했는데도 과거의 악몽이 미래 민자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자사업의 추진 열의가 과거에 비해 많이 식었다. MRG 폐지와 재정 방어적인 정부 규제, 그리고 시장 내 과당경쟁이 맞물려 수익률ㆍ공사비ㆍ운영비 등이 한계치 또는 그 이하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건설회사와 금융기관들은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보다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의 마무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회기반시설을 필요로 하며 이들 시설의 적기 공급으로 국가 경쟁력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특히 민자사업은 국내외 장기투자자금ㆍ유동자금 등을 국가와 지역 발전에 필요한 다양한 사회기반시설로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국가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자사업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SOC 시설을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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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명성ㆍ시장성ㆍ경쟁성 등 3대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투명성은 민간투자에 대한 정책 또는 정부의 일관성을 의미한다. 민자사업은 장기투자사업이기 때문에 정부에 대한 신뢰 없이는 장기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시장성은 국민ㆍ민간ㆍ사업자ㆍ정부ㆍ금융기관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수익성이 보장돼야 한다. 수익성이 있어야 금융 조달이 가능하고 기업도 투자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투명성과 시장성이 보장된다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경쟁이 발생해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향후 추진되는 민자사업은 국민이 요구하는 높은 공공성과 금융기관들의 최소 요구 수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민자사업의 수요 추정이 완전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사업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사업 위험에 대해 어느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기보다는 민간과 공공이 합리적으로 사업 위험을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공공 합리적 위험 배분도 필요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민자사업 추진이 가능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민간투자법은 민간투자 대상 시설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정하는 열거주의 방식을 채택했다. 즉 민자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당 시설이 반드시 민간투자법에 명시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ㆍ경제적 환경과 시장 상황을 법률에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열거주의 방식을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민간사업자의 재원 조달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자기자본비율의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자사업은 정부 우위의 발주사업이 아니라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사업이다. 상호 존중과 이해를 기반으로 보다 전향적인 민자사업 활성화 대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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