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朴元淳 SK생명 대표얼마전 모경제연구소가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IMF체제 2년에 대한 평가설문에서「100점을 완전극복이라고 했을 때 얼마나 극복했는가」를 묻자 45.1점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이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아직도 가정경제에서 경기회복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최근의 여러 경제수치들은 분명 우리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IMF와 함께 급락했던 주가는 이미 1,000포인트를 오르내리고 있고 그동안 크고 작은 불안요인이 없지 않았던 금융시장도 안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기업들의 수익성도 상당히 개선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IMF의 겨울 문턱에 섰던 2년전의 참기 힘든 고통과 아픔이 서서히 잊혀져 가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던 우리들의 마음 또한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는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소비심리가 급속히 회복되면서 우리들의 소득은 지난해 3·4분기 대비 8.5% 증가한 반면 소비는 17.9%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소비가 늘었다는 것이 모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징후가 보이자마자 바로 얼마전의 어려움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소비가 증가하더라도 저축이 함께 늘어나고 이를 재원으로 해 경기의 선순환으로 이어져 전체적으로 경기가 회복된다면 그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러나 현재 저축은 줄어들고 외식, 차량구입 등 사치성 소비재에 대한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우려되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노숙자, 따뜻한 온정과 손길을 기다리는 결식아동, 정들었든 직장을 떠나 새 일터를 구하는 옛 동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지금은 좋아진 결과에 대해 성급히 도취할 때가 아니다. 과거의 사실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니면 다시 그와 같은 아픔을 또 겪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