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울대 교수협의회 회장에 '산악인 교수' 김안중씨

"하향평준화등 교육 위기 극복나설것"

일본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던 ‘산악인 교수’가 서울대 교수협의회를 이끌게 됐다. 서울대는 김안중(63) 교육학과 교수가 교수협의회 회장에 선출돼 2년간의 임기를 시작했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1,800여명의 교수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본부 행정에 대한건설적 비판자 역할을 해 ‘서울대 안의 야당’으로 불린다. 전문 등산학교에서 암벽ㆍ빙벽 등반 기술을 배울 정도로 산을 좋아하는 김 교수는 산악인 박영석씨 등과 함께 히말라야를 등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올 초 에베레스트 남서벽에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오희준ㆍ이현조씨와는 2005년에 히말라야 17좌 중 두번째로 높은 K2 등반을 같이하기도 했다. 그도 하마터면 오희준ㆍ이현조씨의 뒤를 따를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특히 7월 일본 혼슈(本州)에 있는 ‘북알프스’의 깎아지른 경사로를 혼자 오르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가 김 교수 쪽으로 덮친 것. 충돌 직전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굴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한쪽 팔과 다리가 부러졌다. 김 교수는 “대형 냉장고만한 바위가 갑자기 덮쳐올 땐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악천후로 헬기가 뜨지 못하는 가운데 해발고도 3,000m의 만년설 위에서 6시간가량 사투를 벌이다 극적으로 구조돼 귀국한 뒤 치료를 받고 있는 김 교수는 ‘제2의 인생’을 산다는 다짐으로 정년퇴임을 2년여 앞두고 교수협의회장 제의를 수락했다. 그는 자신의 전공 분야가 교육철학인 점을 십분 살려 서울대가 당면한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교수는 서울대뿐만 아니라 우리 교육계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교육 위기로 주저 없이 ‘하향 평준화’를 지적했다. 그는 “평준화와 균형발전은 정책적 고려사항일 뿐 교육의 기본 원칙이 될 수 없다. 교육의 본령은 훌륭한 인재를 가려내고 키우는 일”이라며 “우리 교육문제의 본질은 구체적인 정책 기술이 아니라 철학 정립과 방향 설정에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대 공대가 신규교수 공채에 실패한 것과 관련해 “황우석ㆍ신정아 사태에서 보듯 대학교수는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받는 자리가 더이상 아니다”며 “교수들이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실감하고 각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관련기사



노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