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9월 10일] 하키맘 페일린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새라 페일린의 가족은 스포츠광이다. 그의 아버지는 크로스컨트리 감독이었고 고교 동창인 남편은 세계대회에서 4번이나 우승한 스노모빌 선수다. 페일린 부부는 큰 아들 이름을 육상 경기장을 의미하는 트랙(Track)으로 지었다. 페일린은 하루 10~15㎞씩 달리는 마라톤광이다. 페일린은 지난 3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를 수락하면서 자신을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하키맘(hockey mom)’이라고 소개했다. 큰 아들이 하키 선수라지만 왜 저변이 더 넓고 대중적인 ‘사커맘’이나 ‘베이스볼맘’이 아닌 ‘하키맘’인가. 하키맘이라는 말에는 자식 뒷바라지에 혼신을 다하는 ‘억척 아줌마’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이스하키는 싣고 다녀야 할 장비가 무겁고 시즌도 10개월로 다른 종목보다 휠씬 길다. 축구와 야구를 할 수 있는 천연 잔디구장이 지천에 널려 있는 것이 미국이지만 링크를 가진 타운은 그다지 많지 않아 원정경기 때 자녀를 실어나르는 거리도 휠씬 길다. 비용도 많이 든다. 하키맘 가정의 연평균 소득은 10만달러로 미 평균치보다 곱절 높다. 게다가 페일린은 시장과 주지사를 역임한 ‘워킹맘’이기도 하다. 어지간한 직장 여성은 감당해내기 어렵다. 하키맘은 5명의 자녀를 둔 페일린의 아이콘이 됐고 정치 신인인 그는 이것 하나로 떴다. 하키맘은 11월 대선 승부를 가를 공화당의 전력적 공략 포인트인 무당파 성향을 지닌 소도시 여성 중산층과 정확히 일치한다. 공화당이 전당대회 장소를 엑셀에너지센터 아이스링크를 선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페일린과 짝을 이룬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선택을 ‘도박’이라는 평가를 내놓던 미 언론은 이제 ‘환상의 콤비’라는 찬사를 내놓고 있다. 17세의 딸이 임신을 한 충격적 악재를 페일린은 호재로 바꿔놓았다. 딸의 임신을 10대의 탈선이 아닌 가족의 축복으로 삼자 여론의 흐름은 급선회했다. “브리스톨이 계획보다 조금 일찍 부모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를 낳기로 한 딸의 결정에 자부심을 느끼며 손주를 얻게 된 데 긍지를 느낀다”라는 페일린 부부의 성명서는 ‘하키맘 신드롬’과 더불어 가족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보수층을 단단히 붙들어매는 ‘페일린 효과’를 낳았다. 매케인의 회색 빛 보수성향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골수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매케인 지지도는 이번달 7일 처음으로 오바마를 추월했다. 지금의 기세는 민주당 경선 초기 오바마 열풍을 연상하게 한다. 이러다가는 오바마ㆍ매케인 대결이 아닌 오바마ㆍ페일린 구도가 될 법도 하다. 44대 백악관 주인을 가를 미 대선은 점점 더 흥미로운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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